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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나비의 거리` / 권수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20일
나비의 거리
 
권수찬


꽃의 유혹을 바삐 쫒다 몸이 갸우뚱했다 
오랜 시간 날개들이 굳은 정원 속,
그곳 풍경들이 처음부터 눈에 들어왔던 것은 아니다
어머니가 다른 분신으로 부화되었던 곳 
꿈 속 길 찾아 전시관 구석구석 날아다녔다
 
화상 입은 입구로 들어섰다
온종일 현란한 빛에 둘러싸인 희뿌연 애벌레들
이곳의 빛들이 내겐 꽃으로 보였다
꿈틀거리는 날개는
꽃들에게 속삭임을 보내느라 부서질 뻔했다
여러 곳에 모여든 다층의 나비들이 팔랑대는 거리는
내밀한 수작(酬酌)과 함께 작은 비명으로 들썩거렸다
저마다 꽃들은 거울을 하나씩 숨기고 있어
작은 날개가 푸드덕거릴 때마다, 
사방 코끝으로 전해오는 열 배 스무 배 향을 내뿜었다 
 
좌우 거리는 마술에 걸렸다 
누군가 본 떠 찍은 판화 속 날개 자락들, 
불룩한 향기를 되새기느라 
거리는 수많은 알의 포화로 넘쳐나고 
나도 그곳엘 정신없이 피어 다녔다 
 
푸른 광선이 박힌 투명한 유리관 속에
부전나비 박제가 된 어머니를 발견했다
지난 날 바람의 길 흩으려
단 맛 입에 넣어 줄 때
내 날개는 어머니보다 더 단단해졌다
바위 그늘에 기울어진 채
살아서도 굳었던 어머니
나는 메마른 주윌 빙빙 돌며 
저 형광 꽃 속을 향해
펄럭거리고 있었다




▶언젠가 나비 전시관에 갔다 나비로 채워진 숲에는 다양한 나비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있었다 향기 가득한 꽃들은 마치 나비를 기다리는 듯
봉오리를 활짝 열어 제치고 있었다. 마치 현란한 나비의 거리였다.
숲을 빙 돌아 나비들이 진열된 전시관 안을 들어선 순간,
내 안의 오래된 나비 한 마리 서성거리고 있었다.
나비는 나에게 잊고 지냈던 그리움 한 자락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유리관 속 단정하게 꽂혀 있는 내 어머니 같은 나비, 푸른 형광빛은 강렬했으며
나는 어느새 아기 나비가 되어 어머니를 부르고 있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4년도 『문학의 오늘』로 등단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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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권수찬 문학의오늘 나비의거리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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