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요양꽃` / 이주언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17일
요양꽃
이주언
나도 복사꽃 같은 풍경인 적 있었네.
침 흘리는 내 입술도 한때 사내의 귓불 뜨겁게 했었지. 봉긋한 가슴 열어 어린 것의 입에 물리고, 기저귀에 퍼질러진 냄새가 아닌 꽃향기 흘리며 사내의 코끝을 자극하기도 했었지.
내 속으로 숱한 바람 불어와 닫힌 물관부 건조와 뒤틀림으로 훼손된 몸의 장치들 사이에서 기억이 헛돌고 밤낮이 바뀌고 혼자 닦지 못하는 배설에도 식욕은 떠나지 않아.
병실 침대에 나란히 누운 채 통로 쪽으로 발을 뻗어 이어가는 목숨들 요양 꽃병 속에서 끝물의 목숨 게워내는 일은 참혹에 가까워.
내 안의 물 바닥이 뿌옇게 드러나는 시간 보호사의 손길 아래 말라가는 살가죽
아직 게워내야 할 무엇이 더 남은 것인지
생이 바닥나는 것은 두렵지 않네. 소지를 태운 재처럼 나의 생, 가볍게 날려가기를 바랄 뿐이네.
▶화장실 왕래가 불가능해지면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실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과거에는 가족이 집에서 병간호를 다 했었는데, 그때 그분들은 어떻게 해냈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부모님을 바라보는 자식의 심정도 무겁지만, 어르신들은 또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가시기 전, 요양병원에 계시던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의 목소리로 시를 써봤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미래의 제 마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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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8년 계간 시에 등단
2017년 제3회 창원문학상 수상
시집 「꽃잎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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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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