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굴뚝 청소부` / 김지명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2일
굴뚝 청소부
김지명
내 머리에서 연기가 났다
굴뚝새가 안녕 침입하고 유리새가 안녕 망보기로 출연하고 파랑새가 안녕을 참견하는
안녕이 킁킁 안녕을 맡으며 나를 노래했다 데시벨 지도를 펼쳐놓은 귓속으로 날 좋아하지? 후투티가 추장처럼 등장했다
둥지가 되는 연습이 없었는데 나뭇가지의 정글짐 놀이터도 없었는데 머리 굴뚝은 새들의 정원이 되었다
검댕이 숲이군 대걸레가 필요해
새들은 굴뚝 청소 놀이를 발명하고 생각만 굴뚝같은 내 비밀을 발견하고
비밀을 쪼아 하늘 아래 누구와 연통하며 새들은 내 행세 놀이까지 감행한다
쉿, 바람이 먼 소리새를 마중 나갔을 때 새들이 구겨진 날개를 빗질하러 나갔을 때 난로의 연통이 운다 간헐적으로
화구를 활짝 열어 훠이훠이 쫓아내도 모르는 새는 마음 부칠 난민 신청이란다 내 어둠 속이 파랑이란다
한밤이면 무수한 새 발자국을 닦아냈는데 비오면 다그쳐 새 심장을 심문했는데
안녕을 노래하고 싶어 깃대종은 바라지 않아
불행이 자꾸 우리를 따라온다고 말한다 우리가 엉겁결에 불행을 따라간다고 말한다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지 않고 운다 내일이면 집 지으리 운다
나는 인사말을 불쏘시개로 아는 연통이었다
▶생각이 복잡한 날이었다. 집안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무리 둘러봐도 물체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가 요란했다. 벽난로 옆을 지나는데 그곳이었다. 이름 모르는 새 한 마리가 굴뚝을 타고 내려온 것이다. 어쩌다 발을 헛디뎠거나 정원의 군주로 군림하는 물까치 무리에게 쫓겨 나무에 앉지도 못하고 예까지 흘러왔을 터, 제주도에 심신을 맡기러 온 이민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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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3년 매일신문 등단
시집 「쇼펜하우어 필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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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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