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6 오후 04:26:2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낡은 양말` / 한보경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5일
낡은 양말

한보경


짙은 살 냄새를 베고 누웠다

남루해진 동서남북이 구겨진 장면을 풀어내린다

그윽한 것,

무심히 벼려놓은 의외의 시선 같은 것,

그늘진 변방의 무릎에 기대어 혼곤히 잠든,

허락된 한 쌍의 평화가 비로소 서로를 마주하고 누웠다

지나온 여정은 너무 길었고

구겨진 무례함은

가장 낮은 걸음이 얻어낸 쪽잠 같은 덤, 어쩌다

너무 흔한 꽃의 축사 같은 것

얼마나 남았을까

시든 풀잎처럼 숨 고를 수 있는 시간

헐렁해진 심장이 마지막 출정을 떠나는

지금은, 아득한 변방

가장 낮은 자세는 아직 옳다




▶버려진 듯 구석진 시간을 벼리고 있는, 낡은 양말 한 쌍. 발가락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헐렁해진 동서남북이 빠져나온다. 낡고 남루한 일상들이 꽉 조였던 숨을 비로소 후르르 내뱉는 짧은 순간이다.
가장 낮은 바닥을 걸어본 것들이 이루어 낸 평화는 짧지만 한없이 낮고 그윽하다. 함부로 서로를 베고 누워도 서로를 탓하지 않고 품어준다. 변방의 구석진 자리를 따라 지나온 시간과 공간의 한켠이 풀어지고 있다.
언젠가 아버지의 양말이 그랬고 지금 누군가의 양말이 그렇다. 단내 나는 고단함 속으로 가장 낮은 자세로 일군 모두의 저녁이 혼곤하게 흘러간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9년 불교문예 등단
  시집 「여기가 거기였을 때」 「덤, 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5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Tags : 한보경 낡은양말 불교문예 덤덤 김조민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무산중·고등학교 전교생, 박목월 생가 찾아 체험학습..
경주시맨발걷기협회 출범식 및 제1회 선덕여왕길 벚꽃맨발걷기 성료..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정남진에서 / 황명강 시인..
경주시, 2024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 비전 선포..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5권 발간..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경북교육청, 몽골 총괄교육청과 R컴퓨터 나눔 협약식 가져..
경상북도의회, 2024년도 청소년의회교실 본격 시동..
하이엠케이(주) 구미 알루미늄 소재 공장 착공식 개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어정역 계단에 물고기가 누워 있다 숙취에 절은 움직임에 ..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메타세쿼이아 연두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