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뼈를 보다` / 김순옥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8일
뼈를 보다
김순옥
구멍이 뚫렸어요 잡념이 들어오네요
나무를 눕히고 그늘이 넘어지지 않게 세워 보기로 해요
의자가 빙글빙글 돌아다녀요
몸통만 남은 여인이 흰 벽을 툭 쳐요 미술관 문이 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밥숟가락을 들고 따라오는 치매 노인이 피리를 불어요 덩그러니 남은 눈알을 먹고있어요 먼 산이 오른쪽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돌아서요 꼬리도 없이 기어 다녀요 다리를 잘라 그림 속에 구겨 넣어요 마치 오래된 이야기라도 있는 듯 점점이 박혀있는 원통 앞으로 다가 섰어요 곧이어 밥 한끼 함께 먹을 사람이 박수 를 치는 동안
구멍이 뚫렸어요 뼈, 뼈
또 하나의 구멍이 늘어나겠지만,
가만히 또 가만히 무릎에서 나온 돌멩이가 녹슬지 않게
이곳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을이다. 미술관 마당을 걷는다. 쑥쑥 길어지던 그림자가 사라지고 내가 보이지 않는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들어선 숲, 서늘하고 아린 기억들을 주워 모은다. 코너를 돌아서자 몸통만 남은 청동 조각상 여인이 천년 후의 시, 공간 속으로 나를 안내한다. 모자 쓴 노인이 피리를 연주하고 음악은 지켜보는 사람들 귓가에서 눈물로 흘러내린다. 동전 쥔 손이 주머니 속에서 꼼지락거린다. 동전을 던지려면 어떤 신호를 보내면 될까 모자가 동그랗게 흔들린다. 한 사람의 뒷모습이 모자 속으로 숨어들고 나는 나를 찾기 위해 오늘도 미술관 마당을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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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울산문인협회 회원
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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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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