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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여덟 개의 현(絃)을 위한 발라드` / 이만영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05일
여덟 개의 현(絃)을 위한 발라드
이만영
이런 풍경은 바람이 시킨 짓
잠든 겨울 들판을 지나 첫 잎사귀에 도착한 첫 숨결
이런 자세는 새털구름이나 시킨 짓
부끄럽게 부풀던 애인의 가슴속 천년의 첫 속살 냄새
이런 소리는 귓바퀴가 시킨 짓
쏟아져 내리는 소낙비의 국숫발처럼 처음 흐느낌
이런 기적은 어젯밤 꿈이 시킨 짓
나를 향해 사용한 너의 첫 함박웃음
이런 어처구니는 벼랑이 시킨 짓
오후 3시, 반으로 갈린 햇살을 뚫고 날아온 우두커니 첫 고백
이런 태동(胎動)은 봄이 시킨 짓
구각(舊殼)을 벗고 크게 터뜨린 새순의 첫 발차기
이런 무작정은 근원이 시킨 짓
애매한 예언과 불온한 열망이 나한테 다가온 첫 발자국
이런저런 모든 흥분 속의 떨림은
'사랑한다'라는 말을 내뱉기 직전 꾹꾹 견뎌온 심장이
'짓'을 물어보았는데 '첫'이라 답한 것
▶비가 올 듯 말 듯 한 거리 회색빛이 가득히 차오르는 가을 오후입니다 행선지도 모른 채 버스에 몸을 실어봅니다 차창 밖 시월의 폴라타너스들 뜨겁던 구월을 감시하느라 짙푸르게 나이 드는 잎사귀들 오늘도 나무의 기둥 껍질마다 회백색 혹은 암회색의 곡선문양으로 아름다운 무늬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나는 여름 내내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던 걸까요 하찮은 무늬 한 점이라도 남겼을까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건강하고 몸에 유익한 햇빛은 몇 시에 쏟아져 내려오는지 바깥의 귀를 활짝 열어 동공 속으로 복제된 창밖의 풍경을 고스란히 끌어들이고 있을 뿐입니다 천천히 노트를 펼쳐 시월을 스케치해 봅니다 세상은 신비하고 모르는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풍경과 풍경 그 단면에 시가 숨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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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8년 39회 『근로자문학제』 시부문 은상 수상
2019년 웹진 『시인광장』 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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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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