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무인도` / 정숙자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08일
무인도
정숙자
서푼짜리 친구로 있어줄게 서푼짜리 한 친구로서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거리에 서있어 줄게 동글동글 수너리진 잎새 사이로 가끔은 삐친 꽃도 보여줄게 유리창 밖 후박나무 그 투박한 층층 그늘에 까치 소리도 양떼구름도 가시 돋친 풋별들도 바구니껏 멍석껏 널어놓을게 눈보라 사나운 날도 넉 섬 닷 섬 햇살 긴 웃음 껄껄거리며 서있어 줄게 지금 이 시간이 내 생애에 가장 젊은 날 아껴아껴 살아도 금세 타 내릴 우리는 가녀린 촛불 서푼짜리 한 친구로 멀리 혹은 가까이서 나부껴줄게 산이라도 뿌리 깊은 산 태평양이 밀려와도 끄떡없는 산 맑고 따뜻하고 때로는 외로움 많은 너에게 무인도로 서있어 줄게
▶아직 한파가 몰아닥치진 않았지만, 우리의 정신은 어느 해 겨울보다도 혹독한 추위를 체감하고 있다. 훗날 역사는 오늘의 한국을 어떤 용어로써 정의할 것인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교육열 또한 높아 개개인의 지적 수준 역시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情)과 신뢰가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 로마의 정치가이며 웅변가, 문학가, 철학자인 키케로의 말(“우정은 서로 선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을 떠올리며 자신을 성찰하고 위무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가다듬으려한다. ‘수신’이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첫 단계이니, 그를 실천하지 않고서야 ‘제가’인들 득할 수 있으리오. 권력, 돈, 명예는 없을지라도 ‘무인도’로 남아 줄 벗, 자신 안에서 깨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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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들소리문학상, 질마재문학상, 동국문학상 등 수상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열매보다 강한 잎』 등
산문집『밝은음자리표』 『행복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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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1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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