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춘양역에서` / 김용옥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11일
춘양역에서
김용옥
다음 열차 그 기다림의 시간 어둠에 묻힌 작은 시골역 대합실 외줄기 홈에는 하얀 눈이 쌓이는데 어떤 이는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고 어떤 이는 낡은 신문지를 뒤적이고 나는 낯선 외지의 풍경을 하나하나 서리 낀 유리창에 새겨 보고 모두들 아무 말도 내놓지 않아도 쌓이는 눈꽃에 서로의 안부 오늘의 사연들을 애틋한 옛날이야기처럼 피워내고 있다. 창밖에는 간간이 바람이 불고 여전히 하얀 눈이 쌓이고 우리 모두는 다음 열차 그 기다림의 시간을 같이하고 있는 사람들 희미한 전열구 밑에 삶의 한순간 기다림의 의미를 짓고 있는 사람들
졸고 있는 사람도 저렇게 쿨럭이는 사람도 시장기에 지친 사람도 기적이 울리면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길로 그래서 지금의 시간을 버려야 한다.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모두들 다음 열차 그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싸록싸록 눈꽃은 쌓이고 나는 다음 열차 그 기다림의 시간을 그리웠던 순간들처럼 조심스럽게 가슴에 찍어 담고 있다.
*춘양역은 경상북도와 강원도 경계선 산간지방에 있는 조그만 역임.
▶1990년 2월 이었습니다. 경상북도 북부지방을 혼자 터벅터벅 여행을 하다가 낯선 시골 춘양역에 갔습니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면 시골 작은 역 대합실에 5,6명이 한 시간 넘게 같이 있었습니다. 같이 이 사람들 다음 열차를 기다리며 목적은 같은 것이었습니다. 다음 열차가 오고 목적이 완성되면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길로 지금의 인연 이 시간을 버려야 합니다. 세상 사는 것이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음미해 보면 눈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며 같이 있던 이 시간을 그려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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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87년 시와의식으로 등단
시집 「광안리에 와서」 「바다 쪽에서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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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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