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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산벚나무` / 문정영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12일
산벚나무

문정영


 나는 기록에 쓰인 도구다.
 기록이 끝나고 나면 몸피에 꽃이 피었던 흔적 찾을 수가 없다. 
 어제 생각 난 이름은 타인에 관한 것이나 본래의 나를, 바람을, 새
울음을 알지 못할 정도로 변모되었다.
  대동여지도 필사본에 목판에 없는 독도가 보이는 까닭은 기록의
한계 때문이다.
  나는 자주 직립의 자세를 잊어버린다.
  팔만대장경을 새긴 내 뼈는 서늘하게 보전되어 오기도 한다.

  널찍하게 몸피만 키운 나는 희생될 것이라 생각했다.
  바위틈에 박혀 뒤틀리고 크지 못한 형제들은 집안 풍경으로 남았다.
  몸에 남아 있는 지도며 고문서가 후세에 남겨지기까지 나는 수많은
상흔을 간직해야 했다. 그리고 사라져야 했다.

  몇 생을 건넌 후생들이 산형화서로 피는 5월은 얼마나 연붉은가.
  봄날이면 나는 나를 필사하는 일로 분주하다.




▶누군가 그랬다. 大藏經이란 추한 것, 작은 것, 못난 것 등 사소한 것조차 다 기록했을 뿐 아니라, 기록의 한계까지 기록한 것 아니겠느냐고. 내가 그 한계 밖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얼마나 많은가. 산형화서로 피는 연붉은 5월에, 기록의 한계 밖에 있는 나에 대한 기록은 지금 어디에 있는 ‘나’인가를 캐묻고 싶은 것이다.
한계 밖의 한계를 읽어내지 못하는 내 한계에 대해서도 나는 늘 부끄럽다.




ⓒ GBN 경북방송




▶약력
   1997년 월간문학 등단
   계간 시산맥 발행인
   동주문학상 대표
   시집 『잉크』 『그만큼』 『꽃들의 이별법 』 등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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