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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아줌마’라는 말은` / 김영남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14일
‘아줌마’라는 말은

김영남


일단 무겁고 뚱뚱하게 들린다.
아무 옷이나 색깔이 잘 어울리고
치마에 밥풀이 묻어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젊은 여자들은 낯설어 하지만
골목에서 아이들이 ‘아줌마’ 하고 부르면
낯익은 얼굴이 뒤돌아본다. 그런 얼굴들이
매일매일 시장, 식당, 미장원에서 부산히 움직이다가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짓는다.

그렇다고 그 얼굴들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함부로 다루면 요즘에는 집을 팽 나가버린다.
나갔다 하면 언제 터질 줄 모르는 폭탄이 된다.
유도탄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진 못하겠지만
뭉툭한 모습을 하고도 터지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이웃 아저씨도 그걸 드럼통으로 여기고 두드렸다가
집이 완전히 날아가버린 적 있다.

우리 집에서도 아버지가 고렇게 두드린 적 있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한 번도 터지지 않았다.
아무리 두들겨도 이 세상까지 모두 흡수해버리는
포용력 큰 불발탄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시인은 증조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존해계셨던 집 7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고 한다. 3개의 방에서 대가족이 함께 살았단다.
대식구들의 뒷바라지는 언제나 어머님 몫이었다. 낮에는 들녘에 나가 일하며 세벽부터 늦은 밤 까지 어머니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할머니의 핀잔을 들을 때에도 어머니는 의례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었단다.
그런데 어느날은 아버지에게 매질까지 당하였다. 어머닌 이러한 일들를 참다 못해 마침내 어린 동생을 업고 집을 나가버렸다. 곁에서 이를 지켜본 시인은 대문 밖에서 집나간 어머닐 기다리며 한없이 운 적이 있단다.
이 시는 바로 이러한 시인의 집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머니를 존경하는 내용이 핵심지만 실은 아버지를 저주하는 내용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평생을 한번도 뜻대로 살아오지 못한 시인의 어머니. 이제는 자식들의 불발탄으로 아직도 살아 계신다고 한다.





ⓒ GBN 경북방송




▶약력
  1997년 세계일보 시춘문예 시 당선
  중앙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
  시집 「정동진역」 「모슬포 사랑」 「푸른 밤의 여로」 「가을 파로호」등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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