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미니어쳐` / 변영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15일
미니어쳐
변영희
열일곱의 나는 말랑하지만 오디오 부품은 딱딱하고 차가워. 꽂고 또 꽂아야 하는 부품의 부품. 무거워지는 마음은 자주 비틀리곤 하지. 정작 비틀고 싶은 건 발 딛은 세계였던 것인데 컨베이어를 타본 적 있니?
마음으로 그린 바다랑 똑 닮아 놀라움으로 만난 푸르고 격렬한 동해. 몸이나 마음을 던지는 것이 잔잔하게 물수제비 뜨는 일은 아니지. 휘청거리던 답은 우연한 기회에 분명해지고 오백 밀리 생수를 사면서 빨간 토끼눈이 된 너를 봤어
멀리. 왔구나. 작아지고. 작아지고. 부품의 세계가 변하는 것처럼. 미니어쳐처럼 작아져서. 축구공처럼 굴렀구나. 빠른지 모르고. 구르는지도 모르고. 뼈가 자라야 할 시간. 바코드를 찍는 아이의 손가락은 턱없이 길다
해가 뜨면 너는 잠드니 달과 해를 즈려밟고 롤러코스터를 타니?
▶환한 불빛 아래 유난히 흰 얼굴, 유난히 긴 손가락을 가진 아이가 앉아 있다. 아이는 물이나 담배나 간편 도시락이 얼마인지 알고 있을까. 바코드가 찍히는 순간 살아나는 숫자만이 유효한 것이겠지. 바코드를 읽는 기계와 감응하여 가격이 드러나는 상품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아이는 소비의 주체가 되기 위한 시간을 버는 걸까, 견디고 있는 걸까. 차마 묻지 못하였다. 오래전 소녀를 소환하는 오늘의 시간, 오늘의 아이. 두 손 꼭 잡고 자울자울 졸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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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0년 계간 시에 등단
시집 『y의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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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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