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눈 덮인 새벽을` / 이두예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25일
눈 덮인 새벽을
이두예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발자국 남기지 않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는 것 보다
하물며 우리 지옥문 쉬이 들어서는 바람 한 자락에게도 감추기 어려울 바에는 차라리 천국의 문 낙타가 되어 걸을까
저녁 해가 산 아래로 떨어지는 찰나에게 미안 눈이 부셔 눈을 감는 흰색에게 미안 흰 눈이 내린다고 문자를 보내다가 휜 눈이 내린다고 오타를 보내버린 실수처럼 휘어진 오른 손에게 미안 딛는 땅을 흙색이라고 대못질한 그 땅에 그림자 드리운 가난한 심장이여 미안 들판을 헤매다 보일 듯 말 듯 작은 들꽃에게 이름 모를 꽃이라고 말한 것 미안해 이 새벽, 순박한 눈밭에 때 묻은 발자국 남기며 지나가서 미안 미안이라고 말해서 미안 미안
▶강원도 어느 산간에는 밤새 눈이 내렸습니다 수북이 쌓인 새벽, 눈을 밟고 내려서기에 저어 됐습니다 누구의 허물도 다 감추어 줄 것 같은 따듯한 하얀에게 때 절은 두 손을 모으는 것은 그래도 남아 있는 부끄러움 알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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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8년 「늪」 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외면하는 여자와 눈을 맞추다」 「언젠가 목요일」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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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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