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첫눈` / 고명자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26일
첫눈
고명자
하늘이 주춤주춤 내려오시네 첫발 떼는 아기같이
사람들이 사는 땅은 너무 조심스러워 손바닥으로 하늘을 받쳐드렸네
첫, 이란 낱말 희끗희끗 흐날리네 살갗에 닿자 싸늘했던 피가 달아올랐네
이리 먼 곳을 더듬어 왔더라도 더 먼 곳으로 사라지더라도 그 무엇이 되거라
설령 아무 것이 아니라 하여도 낮고 어둡고 차가운 곳부터 쌓일 테지만
열린 하늘을 기웃거렸네 얼굴을 밀어 넣고 우두커니 젖어보네 눈 닫고 귀 닫고 숨을 참았네 멀어졌던 곁들이 발밑으로 모여드네
▶첫눈이 내렸다 한다. 도시의 첫눈은 환상이다. 고층 빌딩, 자동차들의 소음, 깜빡이는 신호등의 조급함 위로 흩날리는 첫눈은 잿빛 하늘 아래의 먼지 같다. 허공을 부유하던 첫눈은 손바닥이나 얼굴에 극소량의 차가움만 남긴 채 땅을 적시기도 전에 사라진다. 살갗에 닿는 차가움의 찰라가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뒤섞어 놓는다. 첫눈 속에서의 우두커니, 태초의 나로 돌아온 듯하다. 첫눈은 나를 둘러싼 혹은,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신비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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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5년 시와 정신 등단
2018년 백신애 창작 기금 수혜
시와정신 편집차장
시집 「술병들의 묘지」 「그 밖은 참, 심심한 봄날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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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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