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7-01 06:43:2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그리마` / 김곳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28일
그리마

김곳


너무 많은 흔적을 가지고 있다

많은 발을 가졌다는 건
고행 같은 먼 길을 부여받았다는 것

발의 개수가 좀 모자라도
파릇한 풀잎에 숨어
귀뚤귀뚤 노래하면 안 되나
찌르찌르 울어보면 안 되나

바람 든 헛깨비처럼
소리 없는 발들만 왜 그리 많은지
마주치면 내가 소름 돋는 발, 발, 발
온 몸의 세포들이 받들어 총

하필 많은 것이 발이어서 뛸 수가 없겠다
발의 수만큼
양말이나 신발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발가락이 없는 발
발톱이 없는 발
뒤꿈치를 세우며 가는 발
신발인지 쉰발인지
지나간 길에 남겨진 간지러운 발자국엔
물 한 방울 없는 슬픔이 묻어난다

발의 흔적 감출 새라곤 없는
부산한 맨발이
오늘도 어느 반지하 장판을 빠져나오다 그만,
생사의 건널목이 되고

너무 많은 발을 가진 기차가 달려간다




▶산다는 건, 살아 간다는 건, 바쁘게 살아야 만 잘 사는 것이라
오해하며 사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러나 삶의 낮은 곳에서 바삐 뛰어야만 보폭을 맞출 수 있고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은 쉽게 눈에 띄는 벌레의 주검처럼 가볍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5년 문학도시 등단
   시집 「숲으로 가는 길」 「고래가 사는 집」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28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Tags : 김곳 문학도시 고래가사는집 김조민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어쩔 길 없이 나무는 꽃을 밀어낸다 더 갈 데 없는 가지 끝에 꽃들은 .. 
백담사 뜰 앞 냇물 위 걸려 있는 수심교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어 설악산.. 
가을빛 따라 느릿한 걸음단풍나무 그늘에 모여든 바람 따뜻한 눈빛 오간다..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