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그리마` / 김곳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28일
그리마
김곳
너무 많은 흔적을 가지고 있다
많은 발을 가졌다는 건 고행 같은 먼 길을 부여받았다는 것
발의 개수가 좀 모자라도 파릇한 풀잎에 숨어 귀뚤귀뚤 노래하면 안 되나 찌르찌르 울어보면 안 되나
바람 든 헛깨비처럼 소리 없는 발들만 왜 그리 많은지 마주치면 내가 소름 돋는 발, 발, 발 온 몸의 세포들이 받들어 총
하필 많은 것이 발이어서 뛸 수가 없겠다 발의 수만큼 양말이나 신발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발가락이 없는 발 발톱이 없는 발 뒤꿈치를 세우며 가는 발 신발인지 쉰발인지 지나간 길에 남겨진 간지러운 발자국엔 물 한 방울 없는 슬픔이 묻어난다 발의 흔적 감출 새라곤 없는 부산한 맨발이 오늘도 어느 반지하 장판을 빠져나오다 그만, 생사의 건널목이 되고
너무 많은 발을 가진 기차가 달려간다
▶산다는 건, 살아 간다는 건, 바쁘게 살아야 만 잘 사는 것이라 오해하며 사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러나 삶의 낮은 곳에서 바삐 뛰어야만 보폭을 맞출 수 있고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은 쉽게 눈에 띄는 벌레의 주검처럼 가볍다
|
|
|
ⓒ GBN 경북방송 |
|
▶약력
2005년 문학도시 등단
시집 「숲으로 가는 길」 「고래가 사는 집」
|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1월 28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포토뉴스
눈동자를 주고 갔다정선희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 단풍이 든다달마산 도솔암..
|
노랑은 색이 아니에요 호늙은 호박은 언제부터 늙어있었는지날카로운 말을 ..
|
사라질 물의 속도로최보슬나 없이 나는 어디로 갈까물로 그린 그림이 미끄..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
|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