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지평선을 바라본다` / 성향숙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2월 03일
지평선을 바라본다
성향숙
비 온 뒤 선명한 현이라니 저 현을 건드려 소리를 내고 싶다
비의 수직은 현을 두드리는 방식 밤새 빗방울이 현을 뜯는 소리 들었다
부산한 수직들이 엎드려 고요한 지평선이 되었나? 직선이 외롭다 생각한 건 처음이야
나와 죽음을 연결하면 지평선으로 편입된다는 생각 적막해지는 하나의 선으로 울음조차도 일으킬 수 없는 청결한 죽음
지평선이 일어나 걸어온다 저 먼 선을 건너오는 사람은 어린 나무가 자라는 것 같아 수평선을 넘어오는 태양도 노래를 품고 커지지 기적을 부정하면 기도는 필요 없을 거야 고래가 되어 먼 바다의 고요한 현도 연주할 수 있겠지
양쪽에서 팽팽히 잡아당기면 온 우주의 물방울 악사들을 초대해 연주회를 해도 좋을
▶밤새 비 온 다음 날 푸른 들판 끝의 선이 뚜렷했다. 뚜렷한 선은 초점 잃은 ‘매직아이’였을지도 모른다. 비가 온 뒤라 선은 살아있는 듯 팽팽했다. 튕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평선은 철저하게 線이 되고 絃이 되어 튕겨졌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 햇살은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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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8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 『엄마,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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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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