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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한 알의 사원` / 강영은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2월 05일
한 알의 사원

강영은
 
 
감나무 가지가 까치밥 하나 껴안고 있다
까치밥이 흘러내린 붉은 밥알 껴안고 있다
 
판막증을 앓는 심장처럼 옆구리가 터져도
제 몸의 붉은 즙을 비워내지 못하는
저, 까치밥
 
오랫동안 식솔을 껴안아 온 몸인 거다
까치가 날아와 숟가락을 얹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 온 밥그릇인거다
 
나무가 제 몸을 밀어내도
사바세계 얼어붙은 손을 놓지 못하는
한 알의 밥그릇 사원인거다
 
 

 ▶집 앞 마당에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누가 심어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가을이면 제법 실한 열매를 맺곤 한다. 봄이면 참새부리 같은 연초록 이파리로, 여름날에는 겨드랑이에 숨긴 매미 소리로, 겨울이면 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로 사계(四季)를 연주하는 감나무는 척박한 서울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문명과 자연의 합주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감나무는 여러 가지 추억을 불러오기도 한다. 감꽃 지는 소리가창을 치는 밤이면 감꽃목걸이를 걸어주던 첫사랑이 생각나고 풋감이 나 뒹구는 나무 아래 서면, 속절없이 가버린 젊은 날이 풋감처럼 마음을 때리기도 한다. 가을 날, 감나무의 몸은 잘 차려진 밥상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감나무는 쉬지 않고 밥상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봄여름 가을 지나 손에 쥐어준 감, 이 고마운 후식을 받아들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를 생각해 본다. 손바닥한 마당을 지키고 있는 감나무지만 계절의 순환과 자연의 섭리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그 속에서 우주의 텃밭에서 길러온 한 알의 열매에 집중한다. 상강 지나 감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까치밥을 본다.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고 단단히 매달려 있는 것이 신기했다. 반쯤은 터진 붉은 열매가 중병을 앓으면서도 가족을 염려하는 아버지 모습과 오버랩 되었다.
한 그루의 몸이 사원이 되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생명이 다른 생명에게 건네는 헌신과 봉사의 힘이 아름답게 전달되길 바라면서 몸으로 의인화된 감나무의 앞에서 사바세계의 욕심을 겸허하게 내려놓고 싶었다. 감나무는 인간에게 차려놓은 따뜻한 밥상일 뿐 아니라 인간이 아닌 다른 피조물에게까지 밥상 차리는 사원인 것이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0년 미네르바 등단
   2006년 시예술상우수작품상
   201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2012년 한국시문학상
   2016년 한국문협 작가상
   2019년  문학청춘 작품상
   시집 『녹색비단구렁이』 『최초의 그늘』 『풀등, 바다의 등』 『마고의 항아리』 『상냥한 시론詩論』
   공동 기행시집 『티베트의 초승달』 『밍글라마, 미얀마>』 12인영역시집 『Faces of the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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