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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꽃의 방술方術` / 배옥주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02일
꽃의 방술方術

배옥주
 
 
  툭하면 다래끼가 난다 어린 내 발바닥을 꺼낸 당신은 부적을 쓰듯 한자 한자 주술을 써내려간다 천평 天平이거나 지평地平이거나, 라스코벽화 같다 수렵꾼이 던진 창이 검은 들소떼 눈동자를 비켜간 다음날 더욱 붉어진 열꽃은 곪은 울음의 출구를 봉인하고 있다 당신의 주술이 빗나갈 때마다 나는 오지 않는 미래를 걸어 잠근다
 
  성당 불빛이 울려 퍼지는 늦여름 속눈썹 하나를 돌멩이 밑에 숨긴다 뒷마당의 무화과는 농익어가고, 창밖으로 팔을 내밀어 나는 푸른 그늘 위에 천평이나 지평을 갈기는 새떼를 쫒아낸다 꽃의 방술方術을 외우며 오래 골목을 지켜보는 밤 하필 동생이 툭, 종소리를 걷어차고 지나간다 그때, 까마귀 한 마리가 캄캄한 그믐을 물고 내 안으로 날아온다
 
  등굣길 세찬 소나기가 장화 속으로 뛰어든다 나는 얼룩말처럼 달리기 시작한다 일기장에 또박또박 옮겨 쓴 동생의 다래끼가 흙탕물에 얼룩진 가방 속에서 뒤죽박죽 헝클어진다 다래끼처럼 툭하면 짓무르는 가계 집나간 엄마를 부르는 비방祕方은 늘 빗나가지만, 다래끼가 나면 당신은 어김없이 내 발바닥에 천평이거나 지평을 새겨 넣는다 하늘과 땅이 평평해진다면 당신이 그린 불립문자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천평과 지평의 주술에 방황하는 젊은 아버지가 청정淸淨 속으로 돌아간다




▶진짜, 툭하면 다래끼가 났다. 퉁퉁 부은 눈을 보시던 어버지는 어린 내 발바닥을 세워놓고는 천평과 지평을 한자로 써주셨다. 다래끼가 없어지라는 비방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다래끼는 어김없이 났지만 아버지의 비방은 주술처럼 이어졌다. 나에겐 그렇게 자상하던 아버지는 특히 이쁜 엄마에겐 엄격한 주술을 걸었다. 주체할 수 없었던 사랑을 당신만의 방술처럼 휘두른 것이었을까? 문득, 청정 속으로 돌아간 당신이 그립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8년 《서정시학》 신인상
   부경대학교 문학박사
   요산창작지원금 수상
   계간 시와문화 편집장
   서정시학회 동인
   부경대학교, 해양대학교 출강
   시집 『오후의 지퍼들』 『The 빨강』
   이론서 『이형기 시 이미지와 표상공간』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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