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0-06-06 오후 05:29:0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도배` / 김선미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07일
도배

김선미


아이가 걸음을 뗀다  
벽에서 벽까지의 거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리

아이는
벽지의 꽃을 좋아했고 무늬를 좋아했고
잡아 뜯으면 새로운 벽지가 나왔고 새로운 꽃무늬가 나왔다
먹으면 먼지 맛이 났고 꽃 맛도 났다
꽃잎의 개수나 무늬의 모양에 따라 그 집 사람들의 숫자나 인물이형성된다
난 저 아이의 엄마를 안다

오래된 집은 방이 점점 작아진다 겹겹이  
덧대고 덧댄, 
벽이 점점 앞으로 몰려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단막들
하나의 취향과 그 위의 취향과 이어지는 취향 그래서 오래된 집에
사는 사람들은 사이가 좀 더 가까워진다

누구를 안다는 건 벽지를 뜯는 것과 같다

나는 매대에 올려놓을 꽃무늬 리본을 골라 늘어놓으러 가는 중이다
취향들이 모여 드는 곳  
머리를 하나로 묶은 아가씨가 오고 가죽 재킷을 입은 중년 아저씨도
오고 그들의 친구들도 동생도 할머니도 온다
배가 불룩한 어미도둑고양이도 슬금슬금 지나간다

꽃들이 만발하다




▶아기가 첫걸음을 뗄 때 얼마나 두려울까?
또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설레고 조마조마할까?
우리는 모두 그 순간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벽을 잡고 일어서고 벽을 잡고 옆걸음을 걷다가
비로소 양 팔을 허공에 짚고 한 걸음 걸을 때 그 환희와 감동의 시간을,
놓여나는 순간 우리는 순수에서 멀어지는 건 아닐까
벽에 그려진 무늬들과 그림들 그 위에 마구 그려지고 칠해진 낙서들
벽지를 바르고 또 그 위에 벽지를 바르고 계속 바르다 보면
방이 좁아질 때까지 바르면, 그 방에서
우리는 모두 다정해질까?
겹겹이 쌓인 벽지를 뜯어보면 그 집의 내력을 알게 된다.
취향과 재력과 집안의 분위기와 못의 개수까지
우리는 매일매일 도배를 하며 산다. 오늘을 산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9년 『시에』 등단
    시집 『마가린 공장으로 가요』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07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Tags : 김선미 시에 마가린 공장 김조민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오감만족(五感滿足) 독도새우, 울릉․독도 해역 방류!
이강덕 포항시장, 유치원 및 초등학교 새내기 학생 첫 등교 축하
성건동 각 단체, 클린&안심 경주 캠페인 실시
불국동, 클린&안심 캠페인 환경정비 실시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미완성` / 홍우식 시인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Her` / 정재분 시인
순차적 등교 개학 실시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故 최종근 하사 1주기 추모제 봉행
“물길따라 개진감자” 대구 소비자 입맛 잡기!!
사령 - GBN경북방송, 권지은기자 임명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첫새벽 자리끼가 얼어갈 즈음 어린 자식들 잠에서 깰세라 살그머니 방문을 열고 나.. 
네가 그리우면 나는 웃었다강재남   목련이 피었다 지는 걸 보고 4월.. 
Her* ―가상현실정재분당신이 다만 저 하늘 아래 어딘가에 있는 것만으로는공허를 메..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12일 세손으로 책봉되..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원화로232(황오동 110-1) 2층 / 발행인 : 진병철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773-0456 / Fax : 054-773-045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00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병철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