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절규 한 척을 띄워 보낸다` / 정선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09일
절규 한 척을 띄워 보낸다
정선 바람이 책임질 수 있는 밤도 유통기한이 있어서 문지방을 긁어 먹어야 영감이 떠오르는 어느 작가처럼 절규를 품어야 밤을 건널 수 있다 당신이 아타카마사막을 횡단할 때 해골 위에 모래시계를 얹고 나는 들풀로 지은 게르에서 홀로 촛불을 밝히고 있다 남녘으로 한층 길어진 그리움의 목을 껴안자 풍덩, 촛불 속으로 절규가 뛰어든다 고독은 열병조차 석고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가 뛰어나지 방가지똥 씨앗 하나도 제 깜냥껏 공중을 비행할 권리가 있고 내 뼈가 기억하는 건 적막을 밟고 가는 바람, 그 바람의 마른 문장들 그 문장들의 밤에 소금 한 조각 오려 기타를 띄운 당신 문득 그대 올 거라는 믿음이 해맞이언덕에서 수년째 출렁거리고 있지만 온몸의 뼈들은 석회질로 스러지고 믿음도 때때로 지겹고 지치는지라 나를 키운 은둔의 사막에 절규 한 척을 띄워 보낸다 깎이고 문드러지고 역삼각형 스톤트리로 되똑 선 절규 그대 혹시 한 척의 절규를 타고 붉은 몸으로 내게 온다면 맨발로 뛰어가 맞을 텐데 힁허케, 게르 밖엔 기타가 당도해 긴 절규를 울고 염원하던 절규 속에서 나는 황홀히 익사하고
▶밑바닥엔 절규가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희망에 기댈 때 더 불안하고 비참하다. 소리 없는 절규를 애인처럼 가슴에 품고 사막으로 갔다. 볼리비아 우유니를 지나 사방이 휑한 사막에서 우뚝한 스톤트리를 봤을 때 난 항복했다. 바람이 내게 들려준 마른 말들. 난 경외감이 들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 절규는 신념이고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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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6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 『안부를 묻는 밤이 있었다』 에세이집 『내 몸속에는 서랍이 달그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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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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