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조금` / 이기린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21일
조금
이기린
창유리가 한 칸씩 물들었지요 얽힌 전선을 감고 뻗어가는 나팔꽃 귀 입술이 반쯤 열리는 노랫말을 원했죠
손끝으로 밀었을 뿐인데 퍼석, 넘어져버리는 화분 침묵에 익숙했던 흙가루가 바닥으로 흩어집니다 조금 조금 반짝입니다
글썽이는 걸까요 빛이 흘러내리는 곳으로 손을 펼쳐요 남쪽과 서쪽 사이 삐-걱 소리 내는 길
휴, 안심하는 계단 당분간 기척은 없을 겁니다
파편을 붙이고 있어요 만나본 적 없는 잎을 떠올리다 하루가 지나죠 떨어지고 떨어지는 꿈을 꾸면 귀가 더 자랄까 손바닥이 귀를 막습니다
난간의 숨소리 ㅇ-ㅇ-ㅇ-ㅇ-ㅇ- 발끝이 닿지 않아 모형시간 밖으로 노래를 보내주었어요
끝내 마주치지 못하는 잎이 있어 어떤 얼굴로 깨어날까 비스듬히 쌓아올린 섬은
▶‘조금’이라는 섬이 벽돌집 창가 화분에서 살고 있었다. 종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내게 들리지 않았다. 화분이 넘어진 날 섬의 노래를 들었다. 부서지면서 글썽이는 것은 나의 ‘조금’이다. 들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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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1년 계간 시평 등단 시집 「,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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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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