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밥 덜어주는 여자` / 주영국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1월 30일
밥 덜어주는 여자
주영국
함평 나비휴게소 어느 후미진 자리 곰삭은 내외가 밥을 먹고 있다 라면 한 그릇에 공깃밥 두 개 무안 어디서 양파라도 캐고 온 것인지 노란 단무지에 맵싸한 양파향이 배어 있다 여자는 새처럼 오늘 만원 더 받은 일당에 꿈이 부풀어 내일은 두 고랑만 더 캐자며 남자에게 밥을 덜어준다 남자가 여물 먹은 소처럼 밥을 새김질 하는 동안에도 여자는 더, 더 북쪽으로 날아갈 준비가 되어있는데 남자의 울대에는 자꾸만 여자의 두 고랑 두 고랑이 걸린다 내일은 충청 이남으로 단비 내리겠다는 소식도 몰라 나비가 어깨에 앉았다 간지도 모르고
▶가족들과 고향을 다녀오다 함평 나비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때 구석진 자리에 앉아 라면 한 그릇을 놓고 밥을 먹고 있는 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옷의 여기저기에 흙이 묻어있는 것을 보니 어디서 고단한 밭일을 하고 온 것 같았다. 아내가 남편에게 밥을 덜어주는 모습은 세상에 둘도 없이 귀하고 아름다운 진경이었다. 그러나 희망은 언제나 사람들의 등 뒤에 있기에... 우리는 나비가 앉았다 간지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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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4년 제13회 전태일문학상
2005년 <시와 정신> 신인상
제19회 오월문학상
2010년 <시와 사람> 신인상
한국작가회의 회원. 죽란시사회 동인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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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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