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건들장마` / 김지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06일
건들장마 김지희
장대비가 쏟아진다 한낮 햇살 한 줌에도 웃음 가득 머금던 골목도 발목까지 흠뻑 젖었다 입술은 온종일 비 오고 캄캄한 입속은 말라 간다 슬픈 애인 같은 비바람 시퍼런 칼날을 세워 젖은 길들을 오려낸다 하, 춥고 축축해 버리고 싶은 세상 캄캄하게 흐르는 계단을 이고 낯선 언어는 이 젖은 창가에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삶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벼랑이 있는 법 세상이 장미 송이 다발처럼 환한 불빛 가득해도 발목을 젖지 않고는 건널 수 없는 것들이 있지 기댈 기둥 하나 없는 그 길 위에서 적막함을 쓰고 안개 신발을 신고 가뭇없는 길을 나선다 수은등 불빛마저 젖어있는 몽당연필처럼 추운 거리를 떨리며 진저리치며 지나 온 생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밤은 벌써 강으로 내려가 홀로 깊어지는데 하, 아직 얕은 길을 가고 있는 신발 하나
▶마음을 닦는다고 하지만, 사실 마음은 닦을 것이 없습니다. 실체가 없는 것을 닦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다만 쉴 수 있을 뿐입니다. ‘쉬는 것이 깨달음’인 것입니다(원효) 기댈 기둥 하나 없는 이 아뜩한 세상…얕은 길을 가고 있는 신발일지라도, 그 곁에 함께 불행해도 좋을 한 사람 있다면, 캄캄하게 흐르는 계단을 이고 쉬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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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6년 《사람의 문학》 등단
2014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토르소』
문학에세이집 『사랑과 자유의 시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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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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