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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오브제` / 문이레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13일
오브제 
   - 종탑에 걸린 너

문이레


푸른 리넨 커튼이 드리워진 창으로 십자가가 보여

그 속에 네가 매달려 있다는 건, 아직 내 눈이 깨어있다는 것
휘파람새의 지저귐 들리는 건, 두 귀가 열려 있다는 거겠지

나의 종교를 대신할 너만 있다면 오늘의 우울을 날려 보낼 거야
지금은 너의 꽃잎이 피고 있는 계절

빈 의자의 시간은 자꾸만 멈추질 않아
다가가 손 내밀고 싶지만
벚꽃은 더 이상 찬란하지 못해 울면서 피어나지

넌 사방 못질한 오동나무 붉은 관처럼 누워 있지만
너의 종교와 나의 문학이 세상의 끝이 아니길 기도해

단 한 번도 입 맞춘 적 없지만
그건 나의 자오선과 너의 동쪽이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일 거야

지구를 조금씩 돌아 그 중심을 볼 때
입술엔 너의 종교를 묻히길 바라

우린 우연으로 만났지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 꽃잎은 먹어 버리자

백 년 만에 돌아온 계절이 날 위해 웃어줄 때까지
봉오리마다 자붓자붓 슬픔을 꽃 피울래

너의 종교를 기다릴게




▶시는 성(聖)과 속(俗), 그 비밀의 경계쯤이 아닐까. 어느 날 교회에 걸린 십자가를 보며, ‘너’와‘나’ 즉 우리의 에로스는 종교, 가치관, 문학, 가족, 이웃 등 다양한 에테르 속, 시로 녹아 있었다. 불현듯, 그날 아침 꽃잎의 찢어짐, 봄의 다채로운 감각의 색채를 난 언어로 찔렀다. 그 노래는 다양성을 무시한 갇힌 세계를 향한 항변이자, 시적 그리움의 뿌리였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9년《시산맥》등단
  제14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 
  제14회 동서문학 맥심상 수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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