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4 오후 08:30:3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오브제` / 문이레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13일
오브제 
   - 종탑에 걸린 너

문이레


푸른 리넨 커튼이 드리워진 창으로 십자가가 보여

그 속에 네가 매달려 있다는 건, 아직 내 눈이 깨어있다는 것
휘파람새의 지저귐 들리는 건, 두 귀가 열려 있다는 거겠지

나의 종교를 대신할 너만 있다면 오늘의 우울을 날려 보낼 거야
지금은 너의 꽃잎이 피고 있는 계절

빈 의자의 시간은 자꾸만 멈추질 않아
다가가 손 내밀고 싶지만
벚꽃은 더 이상 찬란하지 못해 울면서 피어나지

넌 사방 못질한 오동나무 붉은 관처럼 누워 있지만
너의 종교와 나의 문학이 세상의 끝이 아니길 기도해

단 한 번도 입 맞춘 적 없지만
그건 나의 자오선과 너의 동쪽이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일 거야

지구를 조금씩 돌아 그 중심을 볼 때
입술엔 너의 종교를 묻히길 바라

우린 우연으로 만났지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 꽃잎은 먹어 버리자

백 년 만에 돌아온 계절이 날 위해 웃어줄 때까지
봉오리마다 자붓자붓 슬픔을 꽃 피울래

너의 종교를 기다릴게




▶시는 성(聖)과 속(俗), 그 비밀의 경계쯤이 아닐까. 어느 날 교회에 걸린 십자가를 보며, ‘너’와‘나’ 즉 우리의 에로스는 종교, 가치관, 문학, 가족, 이웃 등 다양한 에테르 속, 시로 녹아 있었다. 불현듯, 그날 아침 꽃잎의 찢어짐, 봄의 다채로운 감각의 색채를 난 언어로 찔렀다. 그 노래는 다양성을 무시한 갇힌 세계를 향한 항변이자, 시적 그리움의 뿌리였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9년《시산맥》등단
  제14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 
  제14회 동서문학 맥심상 수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13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Tags : 문이레 시산맥 최치원 동서문학 맥심상 김조민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무산중·고등학교 전교생, 박목월 생가 찾아 체험학습..
경주시맨발걷기협회 출범식 및 제1회 선덕여왕길 벚꽃맨발걷기 성료..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정남진에서 / 황명강 시인..
경주시, 2024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 비전 선포..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5권 발간..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경북교육청, 몽골 총괄교육청과 R컴퓨터 나눔 협약식 가져..
경상북도의회, 2024년도 청소년의회교실 본격 시동..
하이엠케이(주) 구미 알루미늄 소재 공장 착공식 개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어정역 계단에 물고기가 누워 있다 숙취에 절은 움직임에 ..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메타세쿼이아 연두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