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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봄비와 전차` / 김금용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27일
봄비와 전차
김금용
누가 창을 두들긴다 레몬이 노랗게 그려진 우산을 쓰고 60년대에 사라진 노란 전차를 함께 타잔다
베토벤 첼로소나타 3번에 맞춰 딸그락거리는 전차 길에 박자를 맞추는 3월 봄비와 팔짱을 끼고 서귀포 자구리 해변의 이중섭 거리로 가잔다
화가 이중섭이 그의 부인을 기다렸던 섶섬이 내려다보이는 노천카페에 앉아서 나도 유채꽃을 들고 배에서 내릴 누군가를 기다려볼까
어쩜 인적이 드문 노천카페에 혼자 앉아 식은 커피를 마시는 내게 달콤한 설탕 한 스푼 넣어주며 바다가 대신 날 챙겨줄지도 몰라
바다를 건너뛸 배표도 동행자도 없는 적당히 쓸쓸하고 헛헛한 외지인에게 봄비와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을 주머니에 넣어주며 아이와 나신으로 뒤엉켜 뛰놀던 이중섭의 바다라고 천진난만한 아이 목소리로 날 불러 세울지도 몰라
노천카페 낡은 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돈.죠바니의 피아노음이 떠나는 전차를 불러세운다 봄비와 나를 태운 전차지붕 건반을 두들긴다
▶봄비에 땅이 들썩거린다. 겨우내 빈 가지로 서있던 나무의 결이 부드러워져 다가가보면 역시 가지 끝마다 동그란 어린 젖꼭지가 나오고 있다. 봄비는 그래서인지 나를 자꾸 바깥으로 불러낸다. 제주도 섶섬 바닷가를 걷다보면, 바닷가 노천카페에 앉아 돈.죠바니 피아노곡을 듣다 보면, 외로움이 도진 이중섭이 일본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를 그리워하며 쿨렁거리는 아픔을 화선지에 그러낸 그림들이 떠오른다. 이중섭 그림이 아스팔트 바닥에 새겨진 그 거리에, 그래서 나는 추억의 전차를 불러세운다. 전차는, 봄비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을 주머니에 넣고 홀로 떠나는 이들을 태우고 그리워하던 곳으로 데려가 줄 것이므로, 봄비가 내리는 날은 그래서 모두 길 나서고 싶다. “레몬이 노랗게 그려진 우산을 쓰고 ” 어린 소녀가 되어 “60년대에 사라진 노란 전차를 타고 ”전차지붕 건반을 두들기“는 봄비에 까무룩히 빠져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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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7년 《현대시학》 등단.
펜번역문학상, 동국문학상, 산림문학상, 손곡문학상
시집 『광화문쟈콥』 『넘치는 그늘』 『핏줄은 따스하다,아프다』
중국어번역시집『나의 시에게』 외 2 권 현재 격월간 시전문지 《현대시학》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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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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