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탈각脫殼` / 김영숙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12일
탈각脫殼
김영숙
갑각의 허물을 벗는다 사방에서 이빨들이 달려들고 조등이 켜지는 순간을 칩거 중이었는데
무허가 집 안에서 살고 있던 소라게 한 마리
수호성을 버리고 말랑한 속내를 드러냈을 때 고집 센 단단함보다 더 강한 부드러움을 알게 되고
갑각의 허물을 벗은 소라게 한 마리 그때가 어른이 되는 거라고 집게발을 세운 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온 몸이 딱딱한 껍질로 되어 있는 전갈, 게 같은 갑각류는 단단한 외골격이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막이 되지만, 성장하면서 기존골격이 몸을 지탱할 수 없어 고통스러운 탈피와 변태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성체가 되기 위해 껍질을 벗고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낸다. 철갑 외골격은 갑각류가 성장하는데 있어서 방해만 될 뿐이다. 부드러움만이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됨을 보여준다. 물렁한 혀가 어떠한 무기보다 더 강하다고 하지 않는가?
단단한 것 보다 부드러운 것이 더 강한 힘이 됨을 소라게를 보며, 새삼 배운다. 우리도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아집의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와서 “온유와 사랑”이라는 말랑하고, 한없이 부드러운 속살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오만과 배타의 견고한 성 안에 스스로 갇혀 있는 내 모습을 이제서야 바라본다. 나도 소라게처럼 단단한 성벽을 깨뜨리고, 가슴 속 깊이 잠들어 있을 따뜻하고도, 한없이 부드러운 겸손과 사랑을 깨어 보려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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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6년도 심상 등단 2018년도 시와 문화 신인상 심상 문학회 회원
늘시 동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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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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