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다락방의 여자들` / 이화영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26일
다락방의 여자들
이화영
마당이 노랑으로 붉었습니다 다락방에 어울리는 주문은 노랑 어둠 속으로 몇 마디 주문이 떨어집니다 다락방에 어울리는 주문은 노랑
책을 뜯어먹은 쥐는 먼지가 되고 리듬을 먹은 먼지는 새가 되고 간혹 죽은 새 울음이 들리는데 이탈한 음표들로 난장입니다 나뒹구는 머리카락은 다락방여자들의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이빨 빠진 소쿠리에서 할머니가 화투칠 때 쓰던 모포담요를 끌어 와 누울 자리를 만듭니다 책을 펴면 쥐똥이 떨어지고 백열등이 할머니 돋보기처럼 물무늬를 만듭니다
이곳은 미치고 싶은 여자의 호구 미치기 좋은 규범이 천지사방 사이좋게 살아도 ㅎㅎ 죽어도 ㅎㅎ
아빠가 타고 오는 버스가 전복되기를 기도하느라 하루를 탕진했어요
다락방의 가면은 민낯 가면너머 새로운 얼굴과 이름이 있어요 가면을 벗으면 얼굴이 사라져요 다락방에 대한 리뷰는 끝날 줄 모르고
어머니 제발 완벽한 이곳에 나를 버려주세요
▶다락방 쪽창을 열면 마당이 한눈에 들어왔다. 첫서리가 내리고 11월이 오면 색색의 국화는 바짝 마른 잎을 달고 독기를 품었다. 향이 쓰다 못해 아려서 한주먹 훑어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렸다. 다락방은 내 유년의 유토피아였다. 먼지가 날리고 쥐똥이 굴러다니는 바닥에는 귀나간 세간살이와 소모품이 내팽개쳐져 있었다. 우묵한 항아리 속에는 쌀겨에 박힌 홍시가 겨울을 나고 있었다. 다락방은 하얀 방이다. 리듬과 순정이 스텝을 맞추며 어긋나는 사물을 위로하는 곳. 텅 빈 말 그릇을 형형색색 무작위로 채워주는 곳. 다르게 보고 말하는 흉내를 내는 곳. 하이디 할아버지가 전나무 바람소리를 몰고 불쑥 들어올 것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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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9년 정신과표현 등단 시집 「침향」「정신과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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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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