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죽은 발톱` / 우남정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4월 02일
죽은 발톱
우남정
무엇에 걸려 뒤집히는 비명, 눈물이 쑥 빠진다 뽑히다 만 뿌리 살갗 끄트머리에 매달려 있다 온종일 발품을 팔다 지쳐 돌아온 날 피멍 삼킨 그 발톱이다
가만, 그 밑에 보드라운 무엇이 있다 고물고물 숨죽인 보얗고 여린 꽃잎 한 장 반달 같은 발톱에 새순이 돋았나 들뜬 보굿을 밀어올리고 있다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이야기 한겨울 개울가 곰 한 마리 발견한 사냥꾼, 활을 쏘았대 곰이 그대로 서 있더래 다시 활을 쐈는데 그대로 서 있더래 가까이 가보니 어미 곰은 커다란 바위를 껴안고 죽어 있었더래 그 밑에 새끼 두 마리 곰실곰실 먹이를 찾고 있었대
죽어서도 덜컹거리며 기다리고 있었구나 눈을 질끈 감고 죽은 발톱을 뽑아낸다 자줏빛 등이 품고 있던 어린것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세상을 지켜낸 힘은 저 묵묵한 마중에 있었다
▶번째 발가락이 유난히 긴 나는 구두를 신고 오래 걷거나 등산을 하다 보면, 자주 발톱이 피멍이 들어 검게 변한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 어느 날 덜렁거리는 발톱이 아파 들여다보면 간당간당하게 매달린 발톱 밑에 새 발톱이 자란 것을 본다. 요즘처럼 앞 선 세대, 나이 많은 사람들이 대접 받지 못한 시대도 없는 것 같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사라졌다 그들의 시대는 개혁과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쉽다. 급변하는 사회는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지 못한다. 그러나 울타리가 되어 다음 세대를 지켜내고, 험난한 시간을 묵묵히 걸어온 부모세대가 있어 오늘이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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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8년 다시올문학 등단,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제16회 김포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 「구겨진 것은 공간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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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4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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