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시인"가을 저녁의 말"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04일
| | | ↑↑ 장석남 시인 | ⓒ GBN 경북방송 | |
가을 저녁의 말
장석남
나뭇잎은 물든다 나뭇잎은 왜 떨어질까? 군불 때며 돌아보니 제 집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꾸물대는 닭들
윽박질린 달이여
달이 떠서 어느 집을 쳐부수는 것을 보았다 주소를 접어 접시에 담아 선반에 올려놓고
불을 때고 등을 지지고 배를 지지고 걸게 혼잣말하며 어둠을 지졌다
장마 때 쌓은 국방색 모래자루들 우두커니 삭고 모래는 두리번대며 흘러나온다 모래여 모래여 게으른 평화여
말벌들 잉잉대던 유리창에 낮은 자고 대신 뭇 별자리들 잉잉대는데
횃대에서 푸드덕이다 떨어지는 닭,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나뭇잎은 물든다
작가 약력
장석남 시인 1965년 인천시 덕적 출생.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뺨에 서쪽을 빛내다』. 1991년 김수영문학상 수상, 199년 현대문학상 수상, 2010년미당문학상 수상 현재 한양여자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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