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북벽` / 전영주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5월 14일
북벽
전영주
삼년산성 북벽 밑에서 무너진 북벽 올려다보면 까마득하다 무너진 하늘 다 모여 있다 무너진 가슴과 무너진 해와 달 무너진 길 오래 무너진 뒤에 가끔 한 번씩 또 무너져 내리는 이명으로 북벽 위의 소나무 새파랗게 늙었다
사람의 하늘은 돌덩이로 되어 있나 보다 사람의 하늘엔 채석장도 있을 것이고 사람의 하늘엔 그 돌들을 캐서 나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돌덩이를 들어 올리고 끼어맞추고 쌓아올리는 사람과 그 사람들을 위해 밥을 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이 하늘이다 한 삼십 년 일하고 삼년 일했다고 거짓말하고 등짐과 한 몸으로 평생을 보내도 빈둥거렸어야한다 제 거짓말이 살아 숨 쉬고 땀 흘리고 그러다 웃으며 저절로 무너질 때 먼저 무너져 그것 받아 안을 저 북벽.
▶산성 한켠이 무너져 있는 밑자리에 갔었다 삼년산성 북벽, 그 자리 아무도 손대지 못 한다 무너진다는 것은 지키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사람의 하늘은 돌로 되어 있으나 사람의 하늘 사랑은, 아주 오래 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도 지게차였고 굴삭기였고 크레인 이었다 삼년산성은 무너져 내린 북벽이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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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88년 심상 신인상 시집 「물 속의 물방울」 「붉은닭이 내려오다」
산문집 「밥하기보다 쉬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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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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