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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대낮에도 빛나는 별이 되어 (현충일 헌시)` / 정연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6월 04일
대낮에도 빛나는 별이 되어 (현충일 헌시)

정연희


첫새벽 자리끼가 얼어갈 즈음
어린 자식들 잠에서 깰세라
살그머니 방문을 열고 나가시는 어머니의 발꿈치를 보았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화수 앞에서
무사귀환을 빌던 어머니의 젖은 눈자위를 보았습니다

우리들의 아버지
우리들의 오빠와
우리들의 어머니가 피워낸 검붉은 모란꽃 같은 유월이 오면

멈춰버린 젊음으로 아들보다 더 젊은 아버지의 모습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가슴에 묻은 자식은, 호명 될 때마다 어머니의 심장을 파고들었고
비명碑銘마다 당신 없이 살아온 애통의 세월이 흥건합니다

포탄 속으로 뛰어들기 위해,
머리카락과 손톱을 잘라
중대 본부에 전하고 돌아 온 저녁,
함께 눈물의 잔을 나누던 전우와,
진혼 나팔소리, 가족의 통곡소리와 함께 묻힌 전우의 얼굴이
몹시도 그리운 노병의 가슴에
조국을 향한 열정 같은 붉디붉은 장미가 다시 피어오르고
살아 있는 우리, 숨 쉬는 것조차 죄스러운 유월입니다

그러나 지금 들리십니까?
푸른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외치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경제와 문화의 소리가,
충성스럽고 당당한 당신들이 계셨기에
오늘 이 빛나는 자리가 함께합니다

스스로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같이
내 조국이라면 기꺼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당신들이 계셨기에
이 땅의 새는 날개를 펴 더 높이 날아오르고
쓰러진 초목도 몸을 흔들며 일어섰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잊히는 일 많다지만
잔바람에도 흔들리던 조국의 운명 앞에
뜨거운 피 쏟으며 지켜낸,
용기와 충성의 깊이를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 희생 헛되지 않아
이 나라 이 땅 어디서든
대낮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신 당신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당신의 피로 세운 반석위에
두려움을 잊은 당신의 아들딸들이 살고
당신의 염원이 거름이 되어
조국의 번영과 영광을 함께 지켜 볼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겨레의 영웅이신 당신의 고귀한 희생을
대대손손 영원토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1,000여명 유족이 모인 현충일 행사에 헌시 낭송 의뢰를 받고 현충원을 찾았었다.
정갈하게 잘 다듬어진 조경 속에 하늘 높이 솟아오른 현충탑은 찾는 이 없이, 가끔씩 들리는 새소리가 정적을 깨고 있었다.
대리석 묘지석에 빼곡하게 적힌 수많은 비명을 보고 그들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려보았다. 안락한 우리는 공개 행사에서 하는 의례적인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정도뿐 그들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가슴에 새기기보다는 그저 역사 속의 한 페이지로 지나쳐버리기 쉽다.
순간의 안위만을 생각한다면 적당히 왜곡하고 타협하면 선택할 수 있는 편한 삶을 거부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조국을 위해 실천하고 행동한 선열들로 인해 한국의 르네상스시대라 불리는 현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축복받은 세대다.
우리 역시 멀리 내다보는 지혜를 가지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탄탄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조국을 위한 역사 속 누군가의 희생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7년 <전북일보>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6년 신석초, 김삿갓 전국 시낭송대회 금상 수상
   2018년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 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6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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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정연희 현충일 헌시 전북일보 농민신문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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