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둥지를 떠난 새` / 오선덕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6월 25일
둥지를 떠난 새
오선덕
마를 날이 없는 날개를 가진 새들의 저녁 식사는 언제나 소박했다.
여물지 않은 어린 새들의 부리는 날밤을 쪼아 댔다.
식탁 위 텅 빈 접시에는 여린 부리의 파편과 깨진 밤의 조각이 쏟아졌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모릅니다. 모른 척 합니다.
각자 생존의 법칙은 은밀하게 어디에서나 허용되었다
닳아서 보이지 않는 지문은 써보지 못한 대리석처럼 반들거렸다
달빛마저 지워버린 밤의 적막 날갯짓도 없이 새들이 떠났다.
우리는 서로의 몸짓을 모릅니다. 모르는척한 게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듬지에서 들리던 파도소리도, 새들의 노랫소리도 사라진 이 계절
이 계절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 항상 곁에서 함께 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아무 말 없이 떠나갔다. 그리곤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다. 대책 없이 그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속절없는 눈물의 폭력 앞에 나는 우두커니가 된다. 간혹 이방인이 된 것처럼 이 공간들이 어색하다. 아니 영원한 이방인이 되어 바람처럼 떠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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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5년《시와사람》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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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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