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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칠칠(七七)` / 박성민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07일
칠칠(七七)* 
       -풍설야귀도(風雪夜歸圖)

박성민


생몰연대 미상의 눈발이 흩날린다
울고 간 누군가의 발자국을 더듬으며
온몸을 쥐어짜 긋는
허기의 일필휘지

한쪽 눈 찌르고 안경알을 빼버리면
북녘의 바람도 칠칠(七七)*
두 마리 새도 칠칠(七七)
계곡의 입술을 떠난 휘파람이 날아온다

여태 마신 술보다 흘린 술이 더 많았나
덜 취한 세상의 눈길은 더 춥구나
먹물을 쏟아 부은 밤
시퍼런 달이 뜬다


*조선 후기 화가 최북(崔北 1712~​1786?)의 자(字)




▶최북의 자(字), 칠칠(七七)은 이름 북(北)자를 둘로 나누어 파자한 것이다. 흔히 자기 귀를 자른 빈센트 반 고흐의 조선판으로 거론되지만 신경이 쇠약증에 시달리며 고갱과의 불화로 귀를 자른 고흐를, 세상 자체와 불화한 최북에 비교해서는 안 되리라. 권력자가 그림을 그려 달라고 협박하자 “차라리 내 자신을 자해할망정 남에게 구속받지 않겠다.”고 필통에서 송곳을 꺼내 스스로 한 눈을 찔러 멀게 한 화가, 금강산 구룡폭포를 내려다보며 “명인은 명산에서 죽어야 한다.”고 뛰어내렸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최북. 당시 김홍도처럼 도화서에 들어가서 그림을 그리면 돈과 벼슬이 보장되었지만, 단칼에 거부하고 가진 것 하나 없이 떠돌다 죽은 최북. 열흘 굶다가 그림 하나 겨우 팔고 그 돈으로 밥은 안 사먹고 술을 진탕 마시고는 솜이불처럼 눈을 덮고 얼어 죽었다. 이때 49세였는데, 최북이 49세 때 죽을 것을 알고 자를 칠칠(7×7=49)로 정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시시한 삶이라는 그릇이 이렇게 광기 서린 천재들을 담아내지 못할 때 그들은 스스로 이 삶을 박차고 저 죽음의 공간으로 가버리곤 하나니, 어깨를 짓누르는 가난과 고독이여. 아아, 토르소처럼 우울한 예술가의 삶이여.




ⓒ GBN 경북방송




▶약력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가람시조문학 신인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수상
   시집 「쌍봉낙타의 꿈」, 「숲을 金으로 읽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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