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우표를 붙이겠습니까` / 김효선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7월 30일
우표를 붙이겠습니까
김효선
우체국에 갑니다 쓸쓸해서 새도 없이 새장을 키우면서 말이죠 오늘의 날씨에 소인을 찍는다면 아침에 본 깃털을 저녁에도 볼 수 있나요
어제 사랑한 얼굴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요 새장을 키우면 새는 한 번쯤 고백을 할까요
우리가 다시 사랑한다면 마르고 닳도록 침이 마르게 어제의 계단을 닦겠습니다
마흔 살부터 똑같은 헤어스타일 국물 없는 떡볶이를 좋아하고 문을 열자마자 브래지어를 벗어 던질 때 우표를 붙이겠습니까
새도 없는 새장에서 깃털이 떨어지고 아무리 흔들어도 새장은 깨어나지 않아요
오늘의 운세는 희망을 가져도 좋습니다 우체국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아무렴요,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기다릴 때가 있다. 이 막연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렇게 막연함 끝에 이상한 문장 하나가 툭 떨어진다. 그것이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막연함, 막막함은 언제나 아침을 여는 화두다. 막연함의 막다른 골목엔 궁극이라는 지점이 기다린다. 보이지 않아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자리. 기다릴 게 없는데도 기다리는 버릇은 나무의 전생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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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계간 《리토피아》 등단
시와경계문학상 수상, 서귀포문학작품상 수상
시집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 『어느 악기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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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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