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사이다 병 조각이 박힌 담장` / 최세라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27일
사이다 병 조각이 박힌 담장
최세라
당신은 나의 담장을 빌려서 다시 도둑고양이 두 마리에게 빌려주었습니다. 그러느라 담장 위에 꽂힌 칠성사이다 병조각은 모조리 깨어져 나가고, 내 집의 망치와 끌과 사다리는 골목 밖에 널브러졌습니다. 나는 비린 조기를 훔쳐 온 고양이들에게서 고단한 입 냄새를 임차료로 받았습니다. 밤에 정전이 찾아온다면 가로등 대신 병조각 대신 별들이 담장 위에 박힐 것입니다. 당신은 내게 그것들을 조금 떼어 줄 테지만, 우리 사이 잠깐 담이 없었음만이 나는 무한히도 기뻐 밤새 한 걸음도 걸어 나가지 않고 컴컴한 안구 뒤로 기꺼이 침몰할 것입니다.
▶울지 마세요. 내가 우는 건 당신 탓이 아닙니다. 다시 만나기로 한 자리에서 힘껏 늙어가겠습니다. 늘 그랬듯 당신은 나의 선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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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 『복화술사의 거리』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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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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