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늦게 오는 사람` / 이잠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22일
늦게 오는 사람
이잠
오 촉짜리 전구 같은 사람을 만나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사랑을 하고 싶다 말없이 마주앉아 쪽파를 다듬다 허리 펴고 일어나 절여 놓은 배추 뒤집으러 갔다 오는 사랑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순한 사람을 만나 모양도 뿌리도 없이 물드는 사랑을 하고 싶다 어디 있다 이제 왔냐고 손목 잡아끌어 부평초 흐르는 몸 주저앉히는 이별 없는 사랑
어리숙한 사람끼리 어깨 기대어 졸다 깨다 가물가물 밤새 켜도 닳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다 내가 누군지도 까먹고 삶과 죽음도 잊고 처음도 끝도 없어 더는 부족함이 없는 사랑
오 촉짜리 전구 같은 사람을 만나 뜨거워서 데일 일 없는 사랑을 하고 싶다 살아온 날들 하도 추워서 눈물로 쏟으려 할 때 더듬더듬 온기로 뎁혀 주는 사랑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머리로도 꼬리로도 따지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 끊을 수 없는 우정, 끊을 수 없는 유대, 끊을 수 없는 인연이 있다는 걸 증명 받고 싶다. 그리하여 끝내 흠결 많은 나를 완성해가고 싶다. 오오, 가당키나 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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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5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해변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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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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