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모닝콜` / 최미정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06일
모닝콜 최미정
아버지는 아침에 마루를 쓰셨다 빗자루가 종이문 밑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 그 기분 좋은 소리 뒤에서 하루를 여는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한 시간도 넘게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걸어도 손바닥의 굳은살이 단단한 심지가 되는 마법의 시간이 열리고 있었다
스무 해 동안 배밭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깨우러 간다 긴 옷을 입고 아버지가 그랬듯 풀잎 스치는 소리를 내고 간다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풀잎이 대지를 핥는 소리에 배밭이 스석스석 일어난다
▶산 밑으로 이사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새소리로 아침을 여는 일이다.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로 하루를 시작하는 행복이라니…… 버스정류장이 가까워서 끼이익 브레이크소리를 들여야만 했던 일상에서의 해방이라 기쁨은 더 컸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아침에 청소를 하셨다. 고운 비로 마루를 쓸 때면, 내 방 종이문 아래가 쓸려서 소리가 났다. 사각 스으윽, 사각 스으윽…… 그건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가라는 아버지의 모닝콜이었다. 후다닥 일어나서 아버지가 신발끈을 묶어놓은 하얀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아버지가 뒤에서 말없이 웃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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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9년 《문학들》 신인상
2013년 하반기 우수문학도서 선정
시집 『검은 발목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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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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