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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개와 자두가 있는 시간` / 박래은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08일
개와 자두가 있는 시간

박래은


1.

바닥이 거칠었다
손바닥에 붉은 즙이 묻어났다


2.

자두나무가 있다
508호 개는 자주 짖는다
작은 방 창틀에 아이가 올라서 있다
개가 또 짖었다

그도 뛰어내리기 놀이를 좋아했다
꿈에서 떨어지면 키 큰다더니
앞니에 자두 껍질

바닥엔 개가 엎드려 잔다


3.

그가 자두를 땄다
자두는 바구니의 감성대로 구르거나 구석으로 들어갔다

붉은 컵에 담은 건 맑은 물이었는데
하얀 컵에 담아도 맑아지지 않았다

자두를 쌓아올린 접시가 빨간색이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4.

그는 자두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장래희망이 영원한 자두여서
꿈속에서도 제살을 긁어댔다

깨진 자두를 씻어
잼을 끓이는 동안
자두들로 채워지는 몸이 묽어졌다

으깨어진 살들을
재생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린 시절, 나는 뛰어내리기 놀이를 좋아했다. 힘껏 밤나무·돌담·교실 창틀에 올라서면 좀 더 멋진 풍경이 거기 있었다. 착지를 잘한 날엔 키가 큰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했다.
자두를 베어 물고 빨강의 감성을 따라간다. 굴릴수록 깊어진다. 벗겨내고 으깨어도 다시 잼으로 채워지는 자두. 자두의 꿈은 ‘영원한 자두’로서 단단한 걸까. 끊임없는 ‘재생’을 꿈꾸는 나와 닮아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20년 『시와반시』 신인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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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시와반시 자두나무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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