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5 오후 04:21:5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개와 자두가 있는 시간` / 박래은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08일
개와 자두가 있는 시간

박래은


1.

바닥이 거칠었다
손바닥에 붉은 즙이 묻어났다


2.

자두나무가 있다
508호 개는 자주 짖는다
작은 방 창틀에 아이가 올라서 있다
개가 또 짖었다

그도 뛰어내리기 놀이를 좋아했다
꿈에서 떨어지면 키 큰다더니
앞니에 자두 껍질

바닥엔 개가 엎드려 잔다


3.

그가 자두를 땄다
자두는 바구니의 감성대로 구르거나 구석으로 들어갔다

붉은 컵에 담은 건 맑은 물이었는데
하얀 컵에 담아도 맑아지지 않았다

자두를 쌓아올린 접시가 빨간색이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4.

그는 자두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장래희망이 영원한 자두여서
꿈속에서도 제살을 긁어댔다

깨진 자두를 씻어
잼을 끓이는 동안
자두들로 채워지는 몸이 묽어졌다

으깨어진 살들을
재생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린 시절, 나는 뛰어내리기 놀이를 좋아했다. 힘껏 밤나무·돌담·교실 창틀에 올라서면 좀 더 멋진 풍경이 거기 있었다. 착지를 잘한 날엔 키가 큰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했다.
자두를 베어 물고 빨강의 감성을 따라간다. 굴릴수록 깊어진다. 벗겨내고 으깨어도 다시 잼으로 채워지는 자두. 자두의 꿈은 ‘영원한 자두’로서 단단한 걸까. 끊임없는 ‘재생’을 꿈꾸는 나와 닮아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20년 『시와반시』 신인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08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Tags : 시와반시 자두나무 김조민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무산중·고등학교 전교생, 박목월 생가 찾아 체험학습..
경주시맨발걷기협회 출범식 및 제1회 선덕여왕길 벚꽃맨발걷기 성료..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정남진에서 / 황명강 시인..
경주시, 2024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 비전 선포..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5권 발간..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경북교육청, 몽골 총괄교육청과 R컴퓨터 나눔 협약식 가져..
경상북도의회, 2024년도 청소년의회교실 본격 시동..
하이엠케이(주) 구미 알루미늄 소재 공장 착공식 개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어정역 계단에 물고기가 누워 있다 숙취에 절은 움직임에 ..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메타세쿼이아 연두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