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0-10-27 오전 12:08:2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개와 자두가 있는 시간` / 박래은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08일
개와 자두가 있는 시간

박래은


1.

바닥이 거칠었다
손바닥에 붉은 즙이 묻어났다


2.

자두나무가 있다
508호 개는 자주 짖는다
작은 방 창틀에 아이가 올라서 있다
개가 또 짖었다

그도 뛰어내리기 놀이를 좋아했다
꿈에서 떨어지면 키 큰다더니
앞니에 자두 껍질

바닥엔 개가 엎드려 잔다


3.

그가 자두를 땄다
자두는 바구니의 감성대로 구르거나 구석으로 들어갔다

붉은 컵에 담은 건 맑은 물이었는데
하얀 컵에 담아도 맑아지지 않았다

자두를 쌓아올린 접시가 빨간색이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4.

그는 자두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장래희망이 영원한 자두여서
꿈속에서도 제살을 긁어댔다

깨진 자두를 씻어
잼을 끓이는 동안
자두들로 채워지는 몸이 묽어졌다

으깨어진 살들을
재생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린 시절, 나는 뛰어내리기 놀이를 좋아했다. 힘껏 밤나무·돌담·교실 창틀에 올라서면 좀 더 멋진 풍경이 거기 있었다. 착지를 잘한 날엔 키가 큰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했다.
자두를 베어 물고 빨강의 감성을 따라간다. 굴릴수록 깊어진다. 벗겨내고 으깨어도 다시 잼으로 채워지는 자두. 자두의 꿈은 ‘영원한 자두’로서 단단한 걸까. 끊임없는 ‘재생’을 꿈꾸는 나와 닮아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20년 『시와반시』 신인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08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Tags : 시와반시 자두나무 김조민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귀리를 볶는 저녁` / 안재홍시인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멈칫, 하다` / 이택경 시인
서면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노랗게 물든다
포항지진 피해자인정 및 지원금 신청 접수 Q&A
2020년 주민복지과가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합니다
경북도, 곤충산업 육성지원 공모사업 전국 최다 선정 쾌거
경주소방서 동부남·여의용소방대 지역 소외계층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
이철우 도지사, 코로나 백신 글로벌 생산기지 SK바이오사이언스 방문
고령군, 2021년 지역특화 콘텐츠개발 지원사업 선정
위기가구 긴급생계지원사업 신청·접수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영웅시대 김온리    영웅이 나타나기 전에 무슨 구름이 흘렀던가 폭우.. 
귀리를 볶는 저녁 안재홍늦은 저녁귀리를 볶는다약한 불에 올려 살살 저으니금세 습기.. 
멈칫, 하다  이택경 폭포도 떨어져 내리기 전 한 번쯤 멈칫*한다는데 ‘멈..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12일 세손으로 책봉되..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원화로232(황오동 110-1) 2층 / 발행인 : 진병철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773-0456 / Fax : 054-773-045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00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병철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