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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멈칫, 하다` / 이택경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13일
멈칫, 하다  

이택경


폭포도 떨어져 내리기 전 한 번쯤 멈칫*한다는데
‘멈칫’을 읽던 내가 잠깐 멈칫한다
윗니 뿌리를 지그시 누른 혀가 입속에서 멈칫한다
혀와 잇바디 사이에서 숨결도 잠시 숨죽이고 있다

벚꽃 흐드러진 길을 걷다 멈칫한다
꽃잎도 떨어져 내리기 전 멈칫했을까
나무가 온몸으로 짜서 던져 놓은 꽃그물 속
밤하늘을 흐르던 달도 멈칫, 걸려 있다
시간도 잠시 멈춰 서 있다

당신이라는 그물에서 벗어나기 전
돌아서는 발길도 멈칫, 했었다
희부연 별빛만큼이나 잦아들던 목소리
모퉁이 돌아들며 잠시 몸 기대었을 때
흔들리는 발자국 위로 달빛만 내려 쌓였다
밤마다 그 달빛 다시 발등에 부서지고
나는 빛바랜 시간 속에서 당신을 찾는다

가만히 윗니에서 혀를 떼어 본다
폐부 깊숙이에 갇힌 체념이 터져 나오고
온몸에 다시 숨길이 열린다
그물을 빠져나온 달도 밤하늘을 벗어나고
기억에 갇힌 내 마음도 일순, 마음을 벗어난다
우주가 꽃 진 자리처럼 깊어간다

* 성선경의 시 「여기 모란」에서 인용.




▶바람이 불어서, 꽃이 화사해서, 달빛이 고와서, 비가 내려서, 커피가 유난히 향기로워서 또는 일상의 어느 순간, 문득 떠올리게 되는 기억은 나를 과거의 시간으로 미끄러뜨린다. 나를 감싼 현재는 잠시 멈춰두고 떠나는 시간여행이라고나 할까.
선택지를 놓고 머뭇거리던 순간들이 모여 결국 한 생을 이룬다. 그게 달콤했건 쌉쌀했건, 멈칫했던 만큼 깊어진 내 삶, 내 우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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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9 계간《시선》 등단
  시옷 동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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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벚꽃 시옷동인 시선 성선경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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