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저녁의 내부` / 이서린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03일
저녁의 내부
이서린
검은 자락 펄럭이며 몰려오는 구름 산이 지워지고 있다
죽은 고양이의 말라붙은 털이 풀처럼 돋아난 저녁 길인 듯 아닌 듯 헤드라이트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5번 국도 삼거리 나는 아직 이 길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모르는데 겨우 눈 뜬 별을 따라가는 저 까마귀는 알고나 날아가는 것일까
누군가는 진통제를 먹고 다시 밥을 짓고 누군가는 조문하러 집을 나서는 어두운 문밖 셀 수 없이 다녔던 이 길 위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세상을 본다
운전석 깊숙이 가라앉는 몸 삼거리 창고 앞을 지나는 개 한 마리 저기, 상향등으로 달려오는 트럭의 경적
저녁은 내부로부터 통곡하는 짐승같이 짐승같이
▶저녁. 저녁저녁저녁. 하고 연달아 발음해보면 저벅저벅 다가오는 어둠이 온다. 죽은 고양이의 말라붙은 털과 기억해야 할 사람을 조문 가는 길. 국도의 까마귀와 펄럭이는 구름에서 울음을 삼키는 슬픈 짐승들의 눈빛. 그대는 부디 살아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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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BN 경북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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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 시집 『저녁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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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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