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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음지식물` / 장서영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17일
음지식물

장서영


햇빛 없이도 잘 자랄 거야, 화분을 건네고 떠날 때 당신이 남긴 말이다
나의 음지까지 모두 알고 있다는 듯
처음부터 내가 음지였다는 듯
그날 이후 어디까지가 나의 음지였는지
언제까지가 나의 양지였는지
가난한 동네의 저녁처럼 어두워져서 나는 궁금해졌다

한없이 싱싱한 이파리들
물주는 시간을 자주 잊어버렸다
그런데도 잘 자라고 잠도 잘 잤다
내게 꽃을 보여주며
어둠을 흔들며
나를 조롱하고 조종했다

음지에서 양지로 건너갈 때 양지에서 음지로 옮겨갈 때
당신은 언제나 난간 같은 표정이었다
난간과 난간 사이, 숨 막히게 어둠이 가득 차 있는데
다행인 건 내 독백을 과식하고도 탈이 나지 않는 거다

그동안 쏟아 부은 혼잣말을 우적우적 주워 먹고도
그늘을 벗어나려는 몸짓이 단 한 번도 없었다니
나는 패배자였다

통증 있는 자리마다 어둠이 어둠을 게워냈다
눈 감으면 단 하나의 별이 왜 그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건지
여름에 시작된 나의 독백은 여름 속에서만 살았다




▶아침마다 화분의 안부를 살핀다. 사철 작은 꽃송이를 선물하는 꽃기린, 수 년 동안 꽃을 피우지 못하고 그림자만 넓히는 군자란, 연초록 잎이 무성한 채 하얀 꽃을 조그맣게 피우는 나비난, 안쪽에 파묻혀 있는 홍화화 등, 모두가 잠깐 지나가는 햇살을 받으려고 발돋움을 하고 있다. 나도 그렇게 산다. 사랑을 가꾸고, 더러 떠나보내고, 음지에서 어둠을 먹고, 작은 꽃을 피우려 애쓰며 살고 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20년 《열린시학》 신인상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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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음지식물 통증 열린시학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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