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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그림자` / 박우담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05일
그림자
박우담
1 의자에 걸친 패딩 짐승의 눈빛으로 섬뜩하리만치 골목을 응시하고 있다
2 식은땀을 닦는 담배 연기가 내 발뒤꿈치를 물어뜯는다 사내들의 바짓가랑이에 끼인 골목 가로등
날벌레처럼 떼 지은 별빛, 눈썹 가까이로 덤벼드는 그림자, 꿈은 늘 가위눌림에 묶여 있다
3 보이지 않지만 수상한 계절처럼 신발 끄는 소리 들려오고, 이어폰 속으로 들리는 내 숨소리 들린다
뭐든 올 테면 와봐!
눈을 뜬다 호흡과 함께 눈꺼풀이 열리고 피뢰침을 타고 내려온 꿈이 방전되었다
4 꿈을 쟁여놓은 골목이 자막처럼 펼쳐진다
순간이 나의 것이지만 무덤처럼 내 꿈속에 내가 맘대로 갈 수 없다
▶존재하는 건 그림자를 갖고 있다. 나의 것일 수도 있고 남의 것일 수도 있다. 그림자는 때론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어떨 땐 당혹스럽게 한다. 그림자가 그림자를 낳고 의심이 의심을 낳고 현대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들이닥치는 일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화장실을 갈 때도, 운동장을 돌 때도, 아니면 자신의 신상이 털리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살아가는 편이다. 남들의 시선이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급속도로 퍼지는 도촬 문제도 있어서 가까이 다가오는 이를 의심해보기도 한다.
혼자 인적이 드문 곳이나 도로를 지날 때 갑작스레 두려움을 느낀 적 있다. 갑작스레 그림자가 내 앞에 불쑥 나타나 뒤를 둘러본 적이 많다. 그것은 저녁 불빛에 비친 내 그림자인데 놀란 것이다. 그러니까 나를 보고 내가 놀란 것이다. 가끔 꿈속에서도 더러 그런 경험을 했다.
화자는 ‘의자에 걸친 패딩’을 보면서 상상력을 불어넣어 현실과 상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마치 ‘짐승의 눈빛’이 자길 보고 있다. 동네 부랑배이거나 괜히 째려보는 눈빛이 싫은 거다. ‘사내들’의 ‘담배냄새’에 화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골목길’을 걸어간다. 놀란 ‘발’걸음은 말을 듣지 않고 ‘가위눌림’을 겪는다. ‘이어폰’을 끼고 걸으면 자신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이어폰 속으로 들리는 내 숨소리 들린다”. 극한 상황에 고함을 지른다. “뭐든 올 테면 와봐!” 이판사판으로 위험에 대처하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꿈’이란 늘 위급하거나 사건의 결정적일 때 달아나버린다. 화자는 “꿈이 방전되었다.”는 걸 느낀다. ‘방전’된 ‘꿈’은 허무할 때도 있지만 안도의 숨을 쉴 때도 있다. “꿈을 쟁여놓은 골목”을 더듬으며 호기심에 ‘꿈’을 복기를 해본다. ‘꿈’은 토막토막으론 생각이 나지만 전체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무덤처럼 내 꿈속에 내가 맘대로 갈 수 없다.”
오늘 저녁 산책을 나가보시라. 그림자가 어떻게 변용되는지. 그러면 곧 내 그림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될 것이다. 길어졌다가, 짧아졌다가 아니면 앞에 있다가 뒤에 있다가 하는 당신을 만날 것이다. 내가 아닌 내가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놀라지 마시라. 당신이니까. 때에 따라 당신을 보고 남들도 놀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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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4년 《시사사》 로 등단
시집 『구름트렁크』 『시간의 노숙자』 『설탕의 아이들』 『계절의 문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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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1년 0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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