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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명 시인"써레질"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6월 30일
↑↑ 써레질
ⓒ GBN 경북방송








써레질



이여명





질퍽한 논, 물 가두고 못자리 무논 써레질한다

경운기 지날 적마다 황토빛으로 비벼지는 논물

좌우로 비켜서면서 진주꾸러미 같은

물방울 만든다 흰 비닐 앞치마에 누런 장화

허벅지까지 끌어올린 농부 그 뒤를 치고 따른다

아직 살아있는 물방울들 긴 꼬리 내며

농부 뒤에서 동그랗게 사라진다

반듯한 수면 위에 반사되는 햇살

피하려는 듯 눈 지그시 감았으나 그 눈

모자챙 그늘에서 빛난다 물레방아처럼 도는

경운기 철바퀴에 곡예사같이 달라붙었다가 곤두박질

흙탕물 속으로 떨어지는 진흙

혓바닥 같은 장화밑바닥이 깊숙이 논바닥 핥고 올라오더니

한 발 앞에서 다시 박혀든다

사계절 한번 그들 세상이 온 듯 마구 설치며

새로 뽑아낸 베틀 북 같은 발자국 속으로

깔깔거리며 파고드는 흙탕물들

빙빙 그들 달래며 논바닥 돌아 나오는 농부이마에

벼알 같은 땀방울 흐르는데 앞산이

진달래꽃물 들이고 논바닥으로 슬몃 들어선다



작가 약력

이여명 시인

경주 강동 출생
2004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경북문인협회회원, 경주문인협회회원
시in 동인


*못자리 무논에 물을 가득 실어 놓고 경운기로 써레질하는 광경이 눈에 훤하다. 경운기 지날 적마다 황토 빛으로 비벼지는 논물이 진주꾸러미 같은 물방울로 좌우로 갈라진다. 농부는 그 뒤를 치고 따르고 살아있는 듯한 물방울이 농부 뒤를 따르는 모습이 정겹다. 햇살은 물 위에서 반사되어 농부의 눈에서 빛난다. 혓바닥 같은 장화밑바닥이 농심을 실어 논바닥을 핥고 베틀 북 같은 발자국 속으로 흙탕물들이 깔깔거리며 파고든다. 물방울이 마치 사계절 중에 제철을 만난 듯 설친다. 써레질을 하는 일은 농사일 중에도 힘든 일이지만 농부는 땀을 흘리며 앞산 머리에 진달래 빛 석양이 들도록 일을 하지만 힘들어 보이지 않고 즐거워 보인다.
* 이여명 시인은 2011년 6월 28일자로 38년간의 공직 생활을 고향인 강동 면장을 마지막으로 공로연수 이임식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여명 시인으로 월급 없는 평생직장에 취직을 하셨다. 늘 발전하는 시인이 되실 것이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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