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신발` / 김정수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12일
신발
김정수
최후의 순간 버림받아 죽음을 증거하는 삶도 있다
끝까지 함께할 수 없는 운명에 바람 더듬어 과거를 뒤집기도 하지만 발견되는 순간까지 종이 한 장 밟고 서있는 기막힌 후생이다
망설이고 서성거린 모서리의 시간이 참 외롭고 무서웠을 것이다 파르르, 다 전해졌을 것이다
뛰어내리다 나뭇가지 붙잡고 발버둥 치는 걸 목격했을지도 모른다 혹여 바람에 훅, 날릴까 봐 조바심 냈을 것이다
나도 한때 섰던 그 자리
오래 바닥을 끌고 온 삶이 벼랑 끝에 놓여 있다
▶얼마 전에 ‘자살생존자’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뜨거워지면서 ‘울컥’ 올라왔다. 애초에 잊는 건 불가능했다. 잘 견디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가슴속 깊이 묻고,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용기로 살지나 어쭙잖은 위로는 더 큰 상처를 주는, 그 자리에 서 보지 않았으면 그냥 조용히 지켜볼 일이다.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의 빚. 빛과 어둠이 신발을 드러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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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제28회 경희문학상 수상 시집 『홀연, 선잠』 『하늘로 가는 혀』 『서랍 속의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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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1년 0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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