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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은밀한 생` / 고주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02일
은밀한 생

고주희


초콜릿 속의 암흑은 달콤하다
암호를 굽는 여자애가 발끝을 들어 나르는 방

검은 막사에 꽂힌 깃대처럼
눈을 할퀸 열매가 뱉어놓은 전쟁의 획득물

너무 오래 주저하지 마, 녹아내리는 말처럼
씹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밤

설탕과 바닐라만으로 설계되는
백 개의 조각을 내어도 계속 이어지는
질 나쁜 아몬드의 비명

눈에 구겨진 어둠은
돌아누운 축생의 잠처럼 눅눅하고

노래를 제조하는 공장에서만
밀서로 포장되는 고독한 덩어리

내 어둠이 작아 보이는 곳은
여기뿐이니까요
살갗 아래 피톨처럼 다정하게 굳어

쓴맛을 알아채기엔 무감하고
태초의 밤에서는 너무 멀어진




▶밤을 관찰하는 일이 익숙하다. 다크초콜릿처럼 혀에 달라붙은 몇 개의 집착 어를 버리지 못한다. 너무 이르게 울 담 밖으로 활짝 핀 홍매화를 본다. 아직은 고독하게 좀 더 고독하게 노래를 불러도 좋겠다는 생각, 수시로 밀서를 교환하는 밤의 정령들을 떠올리면 내 어둠이 조금은 작아지는 듯도 하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15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도서선정
   시집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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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아몬드 시와표현 다크초콜릿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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