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적이 바다를 품었다
마선숙 홀몸 엄마는 쌀 떨어지면 공동묘지 공터에서 배추 찌꺼기 헤집어 배추적으로 끼니 때워 주었다 마당에 불 피워 솥뚜껑에 기름 먹여서 엄마가 고요해진 후 아들 딸이 배추적을 셋방살이 음식이라기에 고기 해물로 전 부치며 배추적을 외면했다 엄마처럼 안 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그림자까지 닮아 슬펐던 날 배추적을 만들어 산소를 찾았다 배추적을 엄마와 나누어 먹었다 엄마가 어깨 두드리며 바다처럼 흘러가라고 위로했다 셋방처럼 엄마에게 안겨 바다로 나갔다 ▶엄마에게 애틋한 모정을 못 느꼈다. 혼자 구멍가게 꾸려 생계를 책임 진 엄마는 나를 동무삼아 신세 한탄을 자주 했다. 맏이니까 동생들 건사해야 한다는 소리도 듣기 싫었다. 그러다 엄마 세상 뜨고 나니 그 외로움이 얼마나 우물처럼 깊었는지 깨달아졌다. 똑같은 나이가 되니 이제야 엄마를 품을 수 있게 되었다. 배추적처럼 담백하게 엄마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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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2013년 《시와문화》 시 당선 2014년 《불교문예》 소설 당선
제10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학 최우수상 제6회 숭의문학상
시집 『저녁, 십 분 전 여덟 시』 소설집 『몸이 먼저 먼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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