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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비둘기가 돌아왔습니다` / 김명은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20일
비둘기가 돌아왔습니다

김명은


새와 경계음이 잠들었습니다
실외기 곁에서 비둘기가 알을 품는 순간
폭염을 견뎌내야 한다는
이웃의 조언을 듣고 난 후 일입니다

좁은 틈에서 똥과 나뭇가지를 치웁니다
쌓여있는 새똥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새대가리를 쪼개는 잔혹극은 할 짓이 못 됩니다
그물을 치지 않고 발은 떼어 옮겼지만
어둠은 들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달아나지 않는 비둘기를 걷어차고 싶다는
남자 입술을 오리고 찢어 붙이고
유리창을 두드려보고 새를 기다리는 극지를 길들입니다

나무가 새이고 새가 허공이라서 나무와 허공이 날아옵니다

새들이 부피를 줄이고 줄줄이 난간을 붙잡은 밤
고양이에게 붙잡힌 비둘기는 고양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비둘기 울음은 낮고 굵고 짧고 깊은 탄식 같고
열매를 맺지 않는 구름
행선지가 불분명한 날씨를 색칠합니다
돌아오는 것은 본능이고 기다림은 집착이라서

빛이 흘러넘치는 하늘은 첫 페이지
그 다음 페이지는 어둠이 흥건한 천체
새 한 마리가 내려앉은 소리 들립니다
쫓겨날 때마다 돌아와 가느다란 목을 구부리고 자는 엄마
암막블라인드 뒤에 잠든 새와 잠들지 못한 내가 있습니다




▶새를 좋아해서
  골든체리 앵무새를 오래 키웠다
  아파트 이웃들은 비둘기와 전쟁이다
  나도 비둘기 퇴치작전에 들어갔다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나뭇가지와 똥을 치웠다
  비둘기가 돌아오지 않는 밤
  집을 나간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내가 거기 서 있었다
  늦은 밤 비둘기들이 돌아와 깃을 접는 소리가 들렸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8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사이프러스의 긴 팔』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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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앵무새 허공 김조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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