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관음
김명희
내가 일상이라는 마취에서 깨어날 때 그도 마취에서 깨어났다 위를 덜어내고 비장까지 적출했으니 생이 단출해졌다 크레졸 냄새가 박하처럼 녹아든 미소
해수관음상에서 보네 두 손으로 받쳐 든 약병 맨발의 바다
해장 한 모금 하실래요 향을 꽂으니 가늠할 수 없는 미소 수액처럼 떨어지네
생의 먼 이곳까지 약봉지 들고 찾아온 그나 관음이나 속없기는 마찬가지
등에 대형 창문 네 개나 단 해수관음 님은 태평양 같은 속 언제 몽탕 털렸을까
수술실 밖, 마주보는 눈빛 숨소리가 천둥만큼 컸던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시간을 붙잡았던 입속이 가뭄의 논바닥이었던 그때
▶그는 사지에서 돌아오자 제일 먼저 여행을 했다. 이른 아침부터 관음상 앞에는 복락과 소원을 비는 행렬이 이어졌다. 아파트 30층 높이나 된다는 다낭의 해수관음상, 등에 대형 창 네 개가 활짝 열려있었다. 모든 중생들에게 미소로 일관한 관음상도 필경 속은 문드러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직장에서 명퇴로 내몰리고 가장의 무게에 짓눌린 그나 공기 순환이 되지 않으면 부식하는 관음상이나 속 썩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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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1년 《경남문학》 신인상
경남시학작가상
시집 『향기로운 사하라』 『꽃의 타지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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