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스펙트럼이 지나갔다
이미상
나팔꽃이 피었다
물을 준 적이 없는데
푸른 것들 속에 숨어 베란다 난간 밑으로
나팔꽃이 졌다
별일 없는 아침
성에 낀 창문에 붙은 캄캄한 눈빛들
먼지처럼 가라앉는 몸
누구든 다 느닷없지 무지개가 왔다 가는 계절은
▶베란다 난간을 넘어와 나팔꽃이 피었다. 어디서 씨가 날아왔는지 꽃이 핀 후에야 알았다. 그늘진 내 공간이 환해졌다. 넝쿨을 뻗어가며 매일 꽃 피우던 나팔꽃. 어느 날 아침 싹 입을 다물고 있었다. 평온하고 따뜻한 날이었다. 찬바람이 불지도 않았는데 일기예보도 없었는데 다 사라졌다. 무슨 일이 있던 것이 아니었다. 한 시절이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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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7년 《불교문예》 로 등단
산문집 『어디든 멀리 가고 싶은 너에게』 시집 『좀 더 자렴, 』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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