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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원테이크` / 이혜미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01월 25일
원테이크


  이혜미




  그러니까 우리가 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갓 내린 영혼을 테이크아웃해 온 거라고 믿는다면. 하나뿐인 몸에 일렁이는 마음. 다시 돌아가 무를 수도 없는 첫 모금이 시작된 거라면

너를 봤어.

  넌 태어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문가에 앉아 있었지. 얼음이 녹아갈 때 마음의 겉면은 맑고 슬픈 액체를 흘린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잠시

  너는 플라스틱 컵, 깨진 액정, 한쪽뿐인 이어폰, 이면지, 어설픈 맞춤법, 끝물 과일을 사랑한다고 했어. 불완전해서 유일해진 것들만을

  인간은 자신 아닌 모든 것을 영원이라 부르지. 미래는 이미 끝나 버렸고 옛날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까. 일회용 컵을 씻어 다시 물을 마시고 구멍을 뚫어 흙을 채우고 식물을 심으며, 다시 태어날 것을 몰래 믿으며

  매장에선 끝없이 음악이 흘러나왔어. 다정한 사람들이 무심히 노인이 되어가는 동안. 다시 들을 수 없고 2절 없는 단순한 무한

  너를 훔쳐보며 하루치의 시간을 마시다가 지금이 나의 마지막 신이라는 걸 눈치 챈 순간 남아 있던 영혼이

  뜨겁게

  탁자 위로
  엎질러졌다

  버려진 영수증을 주워 펼치면 음용시 주의사항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 ; 오늘의 감정에는 오늘의 책임이 필요합니다




▶최근에 출간된 책 『사랑에 대답하는 시』(아침달, 2021)라는 엔솔로지에 실었던 시다. 사랑에 대한 질문을 하나씩 선택해서 그에 대답하는 시를 써 달라는 기획이었다. 내가 선택한 질문은 “당신에게 사랑은 어떤 모양인가요?”였다. 사랑의 모양, 사랑의 질감과 무늬, 사랑하는 사람들의 표정변화, 심장이 뛸 때의 몸무게 변화, 사랑의 흥망성쇠. 그런 것들을 내내 생각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신이 운영하는 스X벅스의 손님일지도 몰라” 일회용 몸에 뜨거운 영혼을 테이크아웃해온 손님. 일생에 단 한 번 마실 수 있는 커피가 당신 손에 들려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 GBN 경북방송
 



▶약력
   200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보라의 바깥』 『뜻밖의 바닐라』『빛의 자격을 얻어』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2년 0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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