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유혹
조가경
안에서 밖을 읽는 미용실 밖에서 안을 살피려 해도 제 얼굴이 비치는 그런 미용실엔 바람을 일으키는 거울이 있다 끌어 올린 아침 해가 버글거리며 여자의 머리위에 얹히는 미용실 긴 머리 여자가 정면으로 보고 있어도 삐딱한 입술 립스틱을 발라도 금붕어처럼 뻐끔거리지 못해 나, 오늘 단풍파마나 해볼까 늘어진 머리카락 그늘에 감는데 먼저 염색한 은행나무가 손을 내민다 하교하던 여중생 먼저 앞머리 돌돌 말리고 마스카라 애교는 변성기 놓친 목소리로 오래된 의자 가죽을 파먹어도 물소가 기어 나오지 않는 싱글벙글 미용실 생머리 여자 눈빛은 조금 더 가늘게 찢어지고 왱왱거리는 드라이기 소리에 창문에 딱 붙어있던 철지난 모기가 유리에 비친 자신이 못나 보여 찡그린다 비틀비틀 추락을 꿈꾸는 미용실 새치 섞인 흑발인 나 오늘 금발에 홀려볼까 촛불에 그슬린 머리라도 손질해볼까 떠밀리듯 빨려드는 미용실 나올 때 지불할 금액이 막연해서 몰래 지폐를 헤아리게 하는
▶휴일의 미용실 풍경이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검은 가죽소파에 앉는다 넓은 유리창 너머 작은 공원 단풍나무와 가로수은행나무 햇살까지 좋은 날. 마스크를 꼈지만 상냥한 말투와 눈웃음으로 맞아주는 주인, 한사람이 나가면 또 한사람이 들어와 빈자리 채워주는 손님들 로뜨를 말고 드라이를 하고 커트하는 주인은 정신없지만 손님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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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1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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